정전사태..유럽은 전기차, 한국은 아직

by김현아 기자
2011.09.18 12:49:51

제64회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르노·BMW·아우디 전기차 일색
기아차도 연말 박스카형태의 '탐' 출시..초유의 정전사태로 신뢰성 금가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지난 15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가 열린 메세에서는 르노의 미래형 전기차 '프레지'와 BMW의 도심형 전기차 'i3', 아우디의 'A2 콘셉트카'가 관람객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하지만 같은 시각, 한국에서는 사상 초유의 정전사태가 발생해 교통신호기가 멈춰서는 대혼란이 발생했다. 한국전력이 15일 낮 폭염 때문에 수요가 급증하자 전국적으로 순환단전 조치를 취한 것. 전국적인 정전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지만, 사전 예고 조차 없었다.

우리나라에는 국민들이 타는 전기차가 거의 없다. 현대차(005380)가 '블루온'을, AD모터스(038120)가 '체인지'를 출시했지만, 공공기관이나 지자체에 팔리는 데 그치고 있다. 연말까지 정부 보조금이 개인에겐 지원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정전사태로 전기차 충전이 꼬이는 사태는 없었지만, 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통신망)가 완성될 때까지 전기차를 사는 데 두려움이 커졌다는 평가다. 독점체제인 한국전력의 공급자 마인드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도심용 세컨카로서 전기차가 한국 시장에서 자리잡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간)부터 25일까지 열리고 있는 제64회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는 전기차가 대세였다. 각국 정부의 CO2 규제 때문에 차 회사들이 하이브리드 및 주행연장형 전기차 기술에 앞다퉈 투자하고 있다. 당장은 차 값이 비싸지만 개별국가들이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해 2세대, 3세대 전기차는 훨씬 저렴한 가격에 생산될 전망.

르노그룹은 미래형 전기차 '프레지'와 전기차 통합솔루션 'Z. E. BOX' 등을 전시했다. 제롬 스톨 르노삼성 영업마케팅 총괄 사장(전 르노삼성 사장)은 언론 행사에 전기차 '트위지'를 타고 등장해 "이미 르노는 전세계에서 100개 이상의 곳과 업무 협약을 맺고 전기차 충전소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면서 "전기차는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고 바로 당장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르노는 당장 10월부터 2인승과 5인승 상용차인 '캉구 Z.E.', SM3 기반 소형 세단인 '플루언스 Z.E.', 오토바이를 대체할 1인용차인 '트위지' 등 전기차 3종을 연내에 출시한다.

▲ 플루언스 Z.E.


BMW는 i3라는 4인승 도심형 전기차를 월드 프리미어로 소개했다. 배터리가 부족하면 소형 가솔린 엔진으로 충전하는 게 GM 볼트와 다르다.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 BMW 회장이 i3를 소개하면서 혁명(revolution)과 진화(evolution)라는 말을 여러 차례 썼을 정도로 BMW의 야심작이다. 한 번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160km)를 구현하기 위해 수많은 독일, 영국, 이태리 등의 대도시에서 NGO나 공무원들, 시민들과 수없이 인터뷰했다.

▲ BMW i3




아우디 역시 BMW 'i3'에 대적할 전기차 'A2 콘셉트카'를 최초 공개했다. 지난 A2 모델의 스타일링은 유지되지만, 알루미늄 구조를 MQB(모듈러 트랜스버스 매트릭스)로 교체해 비용을 낮추고 활용도를 높였다. 연구중인 '아우디 무선충전' 기술을 고려해 설계됐다.

▲ 아우디 A2 콘셉트


양웅철 현대기아차그룹 연구개발부문 부회장은 "전기차는 닛산이 가장 잘하는 것 같다"면서, 현재 최고의 전기차로 닛산 '리프'를 꼽았다.
 
▲ 닛산 리프




기아차(000270)도 연말 국민 전기차 '탐(TAM)'을 출시한다. 현대기아차 그룹이 공공기관이 아닌 일반 국민을 상대로 출시하는 첫 전기차다. 외관은 박스카 모양으로 닛산 '큐브'와 비슷하나, 가솔린 모델외에 전기차 모델도 출시되는 게 다르다.

이 차는 쏘울과는 컨셉이 다른 다용도 가족용차로, 양웅철 부회장은 "자전거가 차 안에 들어갈 정도로 내부가 넓다"고 설명했다. '탐'의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고. 현대기아차그룹은 연간 2000대 정도 판매한다는 목표다. 

▲ 기아차 탐 스파이샷


 
따라서  내년부터는 한국시장에도 르노삼성의 '플루언스 Z.E.'나 기아차의 '탐' 같은 고속 전기차를 일반인들도 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기차가 대중화되려면 이번 초유의 대규모 정전사태를 예방할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값싼 시간대에 전기를 사서 충전할 수 있어야 전기차로서의 이점이 커지는데, 사전 예고없이 전기를 끊어 버리는 상황에선 불가능한 것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현재의 노후화된 전력망으로는 전력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스마트그리드로 빨리 전환해야 전력거래소를 통해 전력 재판매가 가능해지고,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 슬슬 국내 도로상에서도 전기차가 눈에 띄겠지만, 본격적인 판매는 2014년은 돼야 할 것"이라면서 "전기차는 틈새시장으로 2020년이 돼도 전체 자동차 시장의 10~20%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