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언론 "항공 문화 개선, 한국에서 배우자"

by조선일보 기자
2010.04.15 08:35:40

계급적 문화 깬 대한항공 사례 언급
18일 國葬… 오바마 등 정상 참석

[조선일보 제공] 지난 10일 비행기 추락 사고로 레흐 카친스키(Kaczynski) 대통령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한꺼번에 사망해 비탄에 잠긴 폴란드에서 권위적인 조종사들의 항공 문화를 개선해 비행기 사고를 줄인 한국으로부터 교훈을 얻자는 여론이 일고 있다.

13일 폴란드 최대 일간지 가제타 비보르차(Gazetta Wyborcza)는 '대한항공의 교훈'이라는 기사에서 "한국은 상사나 연장자를 존중하는 전통이 강해 기장이 실수를 하더라도 부기장이 이를 지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러나 영어로 대화하기 시작하면서 '언어의 덫'에 갇혀 있던 계급적 문화를 깰 수 있었다"고 했다. 대한항공은 1990년대 말 잇따른 비행기 사고를 낸 후 에어프랑스와 델타항공과의 관계가 끊겼고 미국연방항공국(FAA)이 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으나, 2001년 델타항공 출신 데이비드 그린버그를 부사장으로 영입한 이후 위기를 극복하기 시작했다.

그린버그 부사장은 사내 영어 회화 교육을 강화하고 영어로 기술 용어와 의사소통 절차를 표준화했다. 또 민간 비행사 채용 등을 통해 대화의 통로가 닫힌 수직적인 분위기를 개선할 수 있었다.



뉴욕타임스 등 외국 언론 등은 대한항공을 외국인 경영자 영입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기도 했다. 신문은 또 "명령에 대한 복종심이 강한 군 조종사나 군 출신 조종사들은 고위 지도자가 탑승할 때 크게 심리적 압박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이번에도 사고가 난 비행기에는 다수의 군 관계자 및 고위 정부 관료들이 탑승한 상태였다.

지금까지 발견된 2개의 블랙박스 조사 결과 조종사가 (모종의 압박을 받은 듯)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고,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도 기내에서 누군가가 착륙을 강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18일 폴란드 전통 도시 크라쿠프에서 국장으로 치러질 카친스키 대통령 장례식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 등 각국 정상이 참석할 예정이다. 14일 러시아 비상대책부는 사망자가 처음 발표한 96명이 아니라 97명이라고 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