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전설리 기자
2008.11.18 08:36:31
[뉴욕=이데일리 전설리특파원] "오후 3시만 되면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립니다. 마지막 한 시간이 두렵기 때문이죠"(웰스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제임스 폴슨 최고투자책임자(CIO))
똑같은 악몽의 되풀이였다. 하락세로 출발한 주요 지수는 오후 들어 저가매수세가 유입되며 반등의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연료는 턱없이 부족했다. 수면 위 호흡은 잠시. 이내 물밑으로 잠수한 주요 지수는 오후 3시부터 가파른 속도로 심연으로 빨려들어갔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신용위기가 본격화된지 두 달째. 각국 정부의 유동성 공세와 잇단 공조 움직임에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오후 3시의 악몽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이에 대한 반증이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깊숙히 확산되면서 투자심리는 경기후퇴(recession) 우려에 완전히 사로잡혔다. `R`을 상기시키는 악재가 연일 계속되고 있지만 민감도는 여전하다. 후퇴의 정도가 얼마나 깊을지 모르기에 `선반영`이라고 웃어 넘기기에는 `아직`이다.
이날도 악재 행진은 멈추지 않았다. 개장 전 발표된 뉴욕 지역 제조업 경기는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위축됐고, 타겟과 로우스 등 소매 유통업체들의 실적도 큰 폭으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씨티그룹은 5만명 규모의 추가 감원 계획을 밝혔다. 유럽에 이어 일본 경제마저 후퇴 국면에 진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각국 정부의 공조도 투자심리를 호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기껏해야 추가적인 하락을 방어하는 정도다. 한 마음으로 몰아부쳐도 부족할 현 상황에서 구제금융안을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으니 당연하다.
이날도 구제금융 가운데 일부를 자동차산업에 투입하자는 민주당의 주장에 백악관과 공화당이 반대하고 나섰다. 사실 7000억달러를 모두 금융권에 투입해도 모자란 상황이긴 하다. 그러나 갈수록 구제금융을 바라는 곳이 늘어만 가고 있다. 한 마디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가고 있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쯤되자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나머지 구제금융을 소매금융에 투입하겠다`고 선언한지 불과 일주일 만에 아예 `버락 오바마 정부로 떠넘기겠다`고 선언해버렸다.
주말동안 개최된 선진 및 신흥 20개국 회담도 투자심리 부양에는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구체적인 정책이 부족하다는 실망감이 지배적이었다.
웰스 파고의 스콧 앤더슨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산업생산이 모멘텀을 잃었다"며 "경제가 완전히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고, 정부의 지출 이외에 기댈 곳이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오크트리 자산운용의 로버트 파브릭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투자자들은 글로벌 경제의 취약한 단기 펀더멘털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자동차업계는 계속해서 추가적으로 자본을 조달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PNC 웰스 매니지먼트의 빌 스톤 CIO는 "경제지표 악재가 계속해서 빗발칠 것"이라며 "기업들의 실적도 벼랑끝에 내몰린 상황으로 당분간 기댈 곳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는 점차 바닥을 향해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아직은 그 바닥이 아득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