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가격도 잔소리하는 남편, 사실 안마방 단골 손님?
by김화빈 기자
2022.09.17 11:38:00
임신한 배우자 휴직기간에도 생활비 부담 요구
이혼 요구하자 "의부증 때문이니 재산분할 안 하겠다"
민법 제840조, 간통 뿐 아니라 정조의무 위반도 부정행위로
[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콩나물 하나 사는 것도 잔소리했던 남편, 저 모르게 불법 안마소 다니고 있었습니다.”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하자 ‘의부증 때문이니 재산 분할은 없다’고 주장해 곤란을 겪는 한 여성의 사연이 공개됐다. 불법 안마소란 성매매 등 불법 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곳을 뜻한다.
16일 YTN 라디오 ‘양소영 변호사의 상담소’에 따르면, 이들은 결혼 초 맞벌이 부부로서 각각 생활비 50만 원을 부담했다. 아내 A씨의 남은 수입은 남편 B씨가 주식투자와 펀드와 같은 재테크에 사용됐다.
A씨 측 주장에 따르면, B씨는 임신한 A씨가 일을 잠시 쉬어도 생활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태어난 아이 내복 하나 사는 것조차 사치라며 돈을 쓰지 못하게 했다.
A씨는 “이렇게 돈이라면 벌벌 떠는 남편이 기막히게도 불법 안마소에 다니고 있었다. 새벽까지 연락이 안 되는 날들이 있었고 주변 지인들을 통해 딱 걸렸다”며 “남편이 다시 가지 않겠다고 싹싹 빌어 서로의 동의 하에 위치추적 어플을 깔았지만, 지금까지도 저는 어플만 보고 있다. 남편이 어디 있는지를 확인해야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은 제게 의부증이라고 화를 내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하니 ‘돈 한 푼 없고 의부증 때문에 이혼하니 재산 분할도 없다’고 말했다”며 “그동안 제 월급통장까지 남편이 관리했는데 한 푼도 못 준다는 게 말이 되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안미현 변호사는 “불법 안마 시술소의 의미는 명확하다. 남편은 어떻게 부정행위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지 참 의문”이라며 “민법 제840조 제1호에선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반드시 정교관계를 전제로 한 ‘간통’ 뿐만 아니라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일체의 부정한 행위라고 본다”고 말했다.
안 변호사는 “불법 안마소에 여러 차례 출입해 부부 간의 신뢰를 훼손했다. 이미 그곳에 가서 (남편은) 민법상 정조의무를 위반했다”며 “이혼 사유를 아내의 의부증으로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의부증은 망상장애라는 정신질환 중 하나다. 법원에선 의부증을 치료하기 위한 질병이라고 본다”며 “부부 중 한 사람이 정신병적 증세를 보여 혼인관계 유지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 증상이 회복 가능한 경우 치료하려는 노력을 제대로 기울여야 한다. 노력 없이 이혼 청구를 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라고 지적했다.
양 변호사는 “임신해서 생활비를 내기 어렵다고 했을 때 남편이 야박하게 군 것도 이혼사유가 될 것 같다”고 짚었고, 안 변호사는 “부당한 강요”라고 평가했다.
안 변호사는 “재산명시 혹은 사실 조회 신청 등을 통해 남편이 가진 은행권·주식 보유 상황, 부동산, 보험 등을 알 수 있다”며 “법원은 통상 소 제기 시점부터 3년까지 (조회 신청을) 받아주고 있다. 그 이전 거래 내역도 봐야 된다는 점이 입증이 되면 재판부가 심리를 통해서 허가를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