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인경 기자
2020.11.15 10:20:45
일본증시, 2만5000선 회복..1991년 이후 29년만에 처음
미국발 '백신랠리'에 일본은행 ETF 사들이며 돈풀기 효과
워런버핏도 미쓰비시상사 등 日상사 5종목 사들여
코로나 확진자 역대 최대치에 정부부채 가중..신중론이 무게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잃어버린 30년을 되찾는 것일까. 일본 증시가 1990년대 초반 거품경제 수준까지 치솟고 있다. 하지만 실물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한데다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이 11만명을 넘어서고 있어 유동성 효과에 따른 순간적인 급등이라는 분석도 많이 나온다.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13일 닛케이지수는 2만5385.87로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서만 9%대 상승세다. 11일부터 닛케이는 2만5000선을 넘어섰는데, 2만5000선을 넘긴 것은 무려 1991년 이후 29년 만의 일이다. 특히 지난 12일엔 2만5220.88을 기록하면서 일본 거품경제 끝물 시절이던 1991년 3월 2만6613.19 이후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강세의 가장 큰 배경은 물론 미국이다. 미국 대선 결과가 확정되면서 불확실성도 해소된데다 화이자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자 전세계 증시가 ‘백신 랠리’로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만의 힘도 있다. 먼저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가장 큰 몫하고 있다. BOJ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직접 매입하면서 주식시장을 부양하고 있는데, 올 3월부터는 그 규모를 기존 6조엔(63조6000억원)에서 12조엔(127조2000억원)으로 두 배 늘렸다. ETF를 1조엔(10조6000억원) 어치 살 때 마다 닛케이지수는 약 260포인트가 오르는 것을 감안하면 3000포인트는 BOJ가 끌어올린 셈이다.
BOJ 뿐만 아니라 일본 국민연금인 공적연금(GPIF)도 2014년부터 국내 주식 운용 자산 비중을 12%에서 25%로 대폭 늘려 일본증시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실제 BOJ와 GPIF는 도쿄증시 1부 상장기업 2166개 중 80%에 달하는 1830곳의 대주주다.
일본 정부도 두 차례에 걸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60조7000억엔(643조3700억원)을 쏟아부었다. 코로나19 이후 일본 내 풀린 돈은 약 80조엔(848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유동성이 풀린 만큼, 주식시장 역시 오름세를 탄다는 것이다.
지난 8월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일본 주식을 대거 사들인 것도 투자심리를 달군 한 요인으로 꼽힌다. 버핏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6700억엔(7조1000억원)을 투입해 미쓰비시상사와 이토추상사, 마루베니, 스미토모상사, 미쓰이물산 등 일본 5대 종합상사 주식을 5% 이상씩 사들였다. 버크셔해서웨이가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개별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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