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개소세에 들쑥날쑥 車판매량…억대 차량만 혜택↑
by이소현 기자
2020.10.13 06:00:00
승용 판매 전분기比 2분기 32%p↑, 3분기 10%p↓
하반기 개소세 인하폭↓, 상한선 없애…''역차별'' 우려
결국 개소세 부담 중·저가차 늘고, 억대 고가차 줄어
"미래 소비 당겨쓰는 셈"…개소세 폐지론 논란 부각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자동차 개별소비세(개소세) 세율이 정책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하자 자동차 판매량도 들쑥날쑥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 차일수록 현행 개소세 인하 혜택이 커 역차별 논란도 일고 있다. 일관성 없는 정책에 따라 적게는 수십만 원, 많게는 수백만 원 이상 자동차 최종 구매가격이 달라지는데 개소세 인하 혜택을 받지 못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개소세 폐지론이 부상하고 있다.
12일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3분기(7~9월) 신차로 등록된 승용차는 40만 9275대로 지난 2분기(4~6월) 47만 5754대에 비해 14.0% 줄었다. 여름휴가 등이 겹친 3분기가 자동차업계의 전통적인 비수기인 것을 고려해도 지난해 같은 기간 감소율(-3.7%)과 비교해보면 10.3%포인트 급락했다. 지난 2분기 판매량은 지난 1분기(1~3월) 35만 1340대에 비해 35.4%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율(3.8%)과 비교해보면 무려 31.6%포인트 급증한 것이다.
이처럼 전년보다 올해 분기별 판매량의 등락이 심한 데는 개소세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1000㏄ 이상 승용차 구매 시 부과하는 개소세를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기본세율(5%)의 70%를 인하한 1.5% 세율을, 7월부터 12월까지 30%를 인하한 3.5%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하반기부터 개소세 인하 한도(100만원)를 없애면서 가격이 비싼 차량은 개소세가 1.5%이던 때보다 3.5%일 때 가격이 더 싸지는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실제 지난 7월부터 출고가 2500만원 차량의 개소세는 50만원 늘고, 1억원 이상 차량은 50만원 줄게 됐다. 이 때문인지 하반기 들어 1억원 이상 차량 판매는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7~9월 석 달간 1억원 이상 수입차 판매는 1만1700대로 전년 동기(7773대)대비 무려 50.5%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판매량을 세금 인하 혜택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개소세가 저렴해진 시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소비자도 상당수라 고가차 수요는 늘고, 반대로 중저가차 구매자들은 고민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역차별 논란에 자동차 개소세 폐지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는 격’으로 미래의 소비를 당겨쓰는 것이라 개소세 인하정책 종료 이후 판매절벽 현상이 나타나 시장에도 후과가 적지 않다”며 “더욱이 고가차일수록 혜택을 더 받는 역차별이 발생해 개소세 제도를 폐지하거나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처럼 자동차 구매 시 개소세를 부과하는 곳은 드물어 국제적 기준에도 들어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자동차 산업 주요국은 자동차 취득단계에서 별도의 개소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를 통해 “개소세 한시적 인하가 종료되는 2020년 이후의 세율 인하 유지 여부에 대해 경기 부양 효과와 경기 상황, 소비자 기대심리 등을 고려한 종합적 검토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