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의 軍界一學]국내 개발 상륙공격헬기, 비싸고 성능 달린다?

by김관용 기자
2020.08.31 06:00:0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해병대 상륙공격헬기를 국내연구개발 하거나 국외 직구매를 하는 방안을 두고 논란이 뜨겁습니다. 이에 방위사업청은 또 한 번의 ‘선행연구’를 거쳐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국내 개발 헬기에 대한 상반된 의견이 있다는 이유로 또 선행연구를 하는 것은 명분도 없고 전력화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실제로 지난 25일 국회 국방위원회의에서 관련 지적이 있었습니다. 국방위원회는 31일 예산소위 심사와 9월 1일 전체회의를 열 예정인데 여기에서도 상륙공격헬기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상륙공격헬기 사업은 해병대가 2009년 10월 ‘장기 신규’로 소요를 제기해 합참에서 2014년 11월 확정됐습니다. 이에 따라 2015년 7월~2016년 2월 안보경영연구원이 1차 선행연구를 진행합니다. 당시 결과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국형기동헬기 ‘수리온’ 기반의 연구개발을 통해 무장헬기를 도입하는 것 보다 미국 벨의 전용 공격헬기인 바이퍼(AZ-1Z) 기종을 국외구매 하는 것이 비용(총사업비 1조2631억원 추정)과 성능 및 전력화 시기 측면 모두에서 우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그러나 해병대가 상륙공격헬기 사업의 중기 전환을 요구하면서 전력화 시기를 2022~2023년으로 명시했는데, 합참은 2016년 합동전략목표기획(JSOP)과 2017년 9월 중기 전환 결정 시 국내연구개발이 가능하도록 전력화 시기를 2026~2028년으로 변경했습니다. 2019년 3월에는 ‘신 작전수행개념’ 구현을 위한 전력 소요를 반영해 헬기 소요량을 늘리고 전력화 시기도 다시 2026~2029년으로 연장했습니다.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이 이·착함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
이에 따라 다시 사업추진 방식을 결정하기 위한 2차 선행연구가 진행됐습니다. 이를 담당한 국방기술품질원은 비용 측면에서는 국내연구개발(총사업비 1조4992억원 추정)을 통해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기반의 무장헬기를 도입하는 경우가 유리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성능측면에서는 미국 바이퍼(AH-1Z)와 아파치(AH-6E) 등의 공격헬기가 더 우수하지만, 국내연구개발 방안도 군의 요구성능(ROC)을 충족한다며 국내연구개발의 손을 들었습니다.

방사청은 이에 따라 사업을 추진해야 하지만 군이 요구한 ‘공대공’ 기능이 꼭 필요하느냐며 제동을 걸었습니다. ‘AIM-92 스팅어’나 ‘AIM-9 사이드와인더’ 등 외산 공대공 미사일을 국내개발 헬기에 장착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것입니다. KAI가 개발해 육군에 납품하는 소형공격헬기(LAH)의 경우에도 아직 공대공 무장은 없습니다. 개발 업체인 KAI는 군의 요구도에 따라 ‘미스트랄’을 장착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그 뒤로 사업에 문제가 생긴 모양새가 됐습니다. ‘국산 때리기’가 시작된 것입니다.

해병대가 요구한 헬기는 미 해병대의 바이퍼급 ROC가 아닙니다. 그런데 기동헬기 기반 무장헬기는 바이퍼급 헬기가 될 수 없다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국내개발 헬기는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에 육군 소형공격헬기(LAH) 무장기술을 접목한 것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산 전용 공격헬기 대비 성능이 열등한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수직상승속도가 7.2m/s에 그쳐 미 해병대 바이퍼의 절반 수준이기 때문에 해병대의 요구 성능에 못미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KAI가 제안한 이같은 형상에 대해 국방기술품질원은 2차 선행연구에서 해병대가 요구한 성능을 넘어선다고 평가했기 때문입니다. 해병대 역시 이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완전군장 병력이 탑승하는 상륙기동헬기 대비 최대순항속도를 제외한 수직상승속도, 제자리비행고도 등 전 부문에서 상륙공격헬기가 더 우세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상륙작전시 엄호 대상인 상륙기동헬기 보다 더 느리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미 해병대가 운용하고 있는 바이퍼(AH-1Z) [출처=벨헬리콥터]
이와 함께 국내개발헬기는 공격헬기가 아닌 무장헬기이기 때문에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공격헬기는 보통 기체가 가늘고 길며 조종석이 앞뒤로 돼 있습니다. 반면 기동헬기 무장형은 병력을 태우기 위한 기체였기 때문에 폭이 넓고 조종석도 병렬로 돼 있습니다. 면적이 넓어 피격될 확률이 높다는 이유로 무장형 헬기는 공격헬기가 아니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KA-52 앨리게이터 등은 병렬형 조종석이지만 공격 헬기로 분류돼 조종석 형상만으로 구분짓기는 애매합니다. 2019년 국방기술품질원의 ‘국방과학기술조사서’에서도 ‘공격전용형’과 ‘무장형’ 모두를 공격헬기로 해석했습니다.

특히 국내개발헬기는 각 계통에 12.7㎜탄과 14.5㎜탄에 대한 방호설계가 이미 적용돼 있고 조종사 및 사수 안전을 위한 방호력도 추가할 예정입니다. 게다가 대공화기에 취약한 헬기 특성상 방호와 회피 능력 보다는 미사일교란투발장치, 레이저·미사일·레이더 경보수신기 등 기만과 경고기능을 통해 생존성을 높이는게 더 중요합니다. 이 역시 국내개발헬기는 갖추고 있습니다. 표적획득지시장비(TADS)로 다수 표적을 동시에 추적하며 국산 공대지 무장으로 8㎞ 거리에서 공격할 수 있습니다. 아파치나 바이퍼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부분입니다. 공대공 무장 기능도 갖출 예정입니다.

해외 직구매가 더 싸고 가격경쟁력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그러나 지난 해 5월 미 국방안보협력국(DSCA)이 체코에 대한 바이퍼 헬기 4대 수출을 승인한 가격은 2억500만 달러(약 2425억원) 입니다. 대당 500억 원 수준으로 국산헬기 대비 1.6배를 상회합니다. 370억 미만이라고 알려진 가격대 보다 비쌀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헬기의 평균 수명을 30년으로 고려할 때 총수명 주기 비용 중 구매비용이 28%, 운영유지 비용이 72%에 달하기 때문에 국산이 훨씬 저렴할 수밖에 없습니다. 바이퍼의 경우 후속 생산이 중단될 것으로 알려져 운영 유지비 상승과 수리 부족 단종 등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정 업체를 밀어주기 위해 1차 선행연구와는 다르게 2차 선행연구가 국내 개발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는 논란도 있습니다. 하지만 1차 선행연구는 2015년 진행된 것으로 장기 전력 계획에 따른 작전요구성능과 전력화 일정 등을 검증한 것입니다. 앞서 설명했듯, 중기 계획으로 전환되면서 합참의 소요 변경에 따라 2차 선행연구가 진행됐습니다. 이번 연구에선 마린온 전력화와 육군 소형공격헬기 개발 가시화 등의 기술 향상 부분이 반영됐다는 후문입니다. 그럼에도 1차와 2차 선행연구 결과가 갑자기 달라졌다는 의혹만 있을 뿐, 2차 연구결과의 어느 부분이 잘못됐다는 지적은 없는 상황입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지난 해 10월 15일~20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전시한 상륙공격헬기 모형이다. [사진=이데일리DB]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은 지난 25일 국회에서 “해병대가 국내 개발보다 더 성능이 좋은 것을 요구해 3차 선행연구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언급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선행연구는 방위사업관리규정에 따라 ‘현저한 소요수정’ 등으로 인해 획득방안 변경이 필요한 경우에만 다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해병대 속내는 바이퍼 등 이미 개발돼 운용성능이 검증된 헬기 구매를 희망합니다. ‘입체고속상륙작전’에 특화된 헬기를 내년 해병대 항공단 창설 및 상륙기동헬기 전력화 시기를 감안해 적시에 들여오는게 목표라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해병대의 운용능력과 미 해병대 작전개념과의 차이 등을 고려해 기존에 요구한 ROC를 변경하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국내연구개발 헬기가 이 ROC를 충족하고 있고 합참도 소요 수정을 검토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공대공 기능이 필요하느냐는 ‘딴지’에 이어 또 방사청이 추가 선행연구 명목으로 시간을 끌 경우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