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밥통에 1년 유급휴가까지?"…공로연수 폐지요구 봇물
by박진환 기자
2018.11.06 06:30:00
정년퇴직 앞둔 공무원에 제공하는 공로연수 도마 위
시민들 “정년퇴직도 부러운데 1년 유급휴가 너무해”
공직사회 “폐지시 인사행정에 차질 불가피..개선해야"
[이데일리 박진환·정재훈 기자]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는 공로연수 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1년이라는 기간도 지나치게 길지만 민간사회 적응을 위한 재취업 교육이라는 당초 도입 취지와 달리 연수기간 동안 여행을 다니거나 몰래 재취업하는 등 악용사례가 빈발하고 있어서다.
반면 공직사회에서는 인사적체 해소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하루아침에 폐지할 경우 충격이 크다는 이유로 폐지보다는 개선책 마련을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사혁신처·행정안전부는 “고위직부터 하위직까지 층층히 겹쳐져 있는 정부·지자체 인사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며 “일시에 폐지할 경우 공직 사회에 주는 충격이 너무 크다”고 강조했다.
공로연수 제도에 대한 시민들의 시선은 부정적이다. 시민사회단체나 정치권에서는 “공무원들의 승진 잔치를 위해 연간 수천억원의 불필요한 인건비를 지출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당장이라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다 최근 퇴사한 후 일자리를 찾기 위해 제빵학원에서 기술을 배우고 있는 최재호(49·경기 의정부시)씨는 “마흔살 이후로 언제 자리에서 밀려날 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회사생활을 했다”며 “잘릴 걱정 없이 근무하다 정년을 앞두고 1년동안 월급 다 받아가면서 마음 편히 은퇴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게 일반 국민들의 정서와는 너무 동떨어져 있는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는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인 만큼 공직사회오 아름답게 정년을 마치고 퇴직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삼수 경제정의실천연대 정치입법팀장은 “30년 가까이 근무한 공무원의 기본급만 해도 1인당 연간 5000만원 이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공로연수제도만 폐지한다해도 연간 수억원의 인건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무부처인 인사처와 행안부는 공로연수 제도가 변질되고 악용되고 있다는 점은 인정히면서도 폐지할 경우 인사행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 폐지보다는 보완과 개선을 통해 제도 도입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행안부와 인사처 관계자는 “중앙부처와 지자체 등 모든 공직사회의 인사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며 “공로연수를 폐지해 인사가 6개월이나 1년이 늦어지면 모든 인사행정의 틀을 바꿔야 하는 사태가 벌어진다”고 말했다.
지자체 역시 마찬가지다. 한 지자체 인사담당자는 “공로연수를 폐지하기 위해서는 지방공무원에 대한 인사 시스템을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며 난색을 나타냈다.
김종수 대진대 행정학과 교수는 “‘무노동·무임금’을 내세워 무조건적으로 공로연수제도의 폐지를 주장하기 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통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공무원의 경우 ‘철밥통’이라는 비난 속에서 평생을 근무하다보면 사실상 정년퇴직 이후 삶의 의미를 찾기가 어려운 만큼 퇴직 이전 1년간 사회적응을 위한 내실있는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