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일단락...산업·수출입은행, 상반기 1조7000억 ‘흑전’(상보)

by노희준 기자
2017.09.06 06:00:00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일단락
추가 대손충당금 부담 덜어
KAI 분식회계 의혹 등은 걸림돌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지난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여파로 ‘충당금 폭탄’을 맞아 적자에 허덕였던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상반기(1∼6월) 1조7000억원대 흑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부실을 대거 털어낸 데다 대기업 구조조정이 사실상 일단락돼 추가 대손충당금이 급감한 덕이다. 하지만 한국항공우주(KAI)의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진 데다 하반기 보수적 충당금 적립 관행을 고려할 경우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은, 수은의 적자는 곧 직간접적인 ‘혈세 투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은은 지난달 30일 이사회에서 반기 결산보고를 통해 올해 상반기(1~6월) 445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산은도 경영공시를 통해 상반기 1조273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모두 지난해 같은기간 9379억원(수은), 2896억원(산은)의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수은은 지난해 상반기는 물론 한해 전체로도 1976년 출범 이후 40년 만에 첫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산은은 F외환위기 이후 18년만에 최대 규모의 적자였다.

두 국책은행이 올해 상반기 흑자로 돌아선 것은 조선·해운 등 대기업 구조조정이 사실상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수은의 충당금전입액은 121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1조7922억원에 비해 93.2%나 줄어들었다. 수은은 지난해 상반기 구조조정에 들어간 대우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부실 여신 탓에 2015년 상반기 충당금 3300억원의 5배가 넘는 충당금을 쌓았다. 대우조선 등 비슷한 기업 부실에 씨달렸던 산은 역시 올해 상반기 충당금전입액은 1조323억원으로 지난해 3조580억원의 3분1에 그쳤다. 충당금은 채권부실로 여신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쌓아두는 돈으로 순이익을 갉아먹는 비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기업 구조조정이 지난해로 마무리되면서 부실 요인이 줄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특히 새로운 ‘현안 기업’이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령 수은은 최대주주로 올해 6월말 현재 지분 26.4%를 갖고 있는 KAI가 방산비리 및 분식회계 의혹에 휩싸여 있다. 분식 의혹에 대한 검찰 조사와 금감원 정밀감리가 진행중지만 KAI 주가는 산은에서 현물출자 받을 때의 6만4100~6만6300원에서 4일 기준으로 4만4700원으로 3분1가량이 이미 하락했다. 보유 주식이 폭락 등을 하면 가치를 재산정하는 과정에서 수은이 손실(손상차손)을 입을 수 있다. 이사회도 우려를 표명했다. 수은측은 “주가 변동이 자본건전성을 훼손할 위험이 존재한다”며 “KAI 관련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중요 진행상황은 수시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수은의 자본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총자본비율 기준)은 올해 6월말 12.44%다. BIS 비율은 최저 8% 이상만 유지하면 되며 경영실태평가 1등급 기준도 10%다. 하지만 국내은행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고 구조조정을 주로 하는 산은(15.36%) 등이 포함된 특수은행 14.45%보다 0.2%포인트 낮다. BIS비율이 하락하면 결국 자본확충이 필요해 직간접적인 혈세가 투입되게 된다. 수은 관계자는 “하반기에 통상 충당금을 더 보수적으로 쌓게 된다”며 긴장의 끈을 놓치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