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영수 기자
2016.12.29 06:56:49
[이데일리 김영수 이재호 신상건 이연호 기자] 올 한해 인수·합병(M&A)을 가장 뜨겁게 달군 키워드는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후폭풍 △기업구조조정 매물 홍수 △대기업 신성장사업 M&A △보험사 무더기 매물화 △차이나머니 공습 △우리은행 민영화 △한진해운 청산 △CJ헬로비전-SK텔레콤 빅딜 무산 △대우건설 감사의견 거절로 매각 좌초 △박삼구 회장 그룹재건 등을 꼽을 수 있다.
사드 후폭풍은 상상 이상으로 매서웠다. 중국은 한류 연예인 출연을 제한하는 ‘한류금지령’과 함께 사드 부지를 제공키로 한 롯데의 중국사업장에 대한 세무조사까지 벌이는 등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그 여파로 MBK파트너스는 결국 중국계 인수후보들이 참여한 ING생명 매각 작업을 기업공개(IPO)와 병행키로 했다. 실적 개선에 힘입어 매각 성사 가능성이 높았던 할리스커피는 중국 측 SI와 가격 이견으로 매각이 무산됐지만 그 이면에는 원매자가 정부 눈치를 살피고 인수의향을 접었다는 말이 무성했다.
내년 1월 12일 본입찰이 예정된 금호타이어 인수전도 주목된다. 인수적격후보 5곳중 4곳이 중국계로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발을 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기 한파로 한계업종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돼면서 매물이 쏟아졌다. 하지만 불확실한 경기 전망을 반영한 듯 매물별 희비가 엇갈렸다. 건설사 M&A에서는 동부건설 STX건설 등 몇 개 만이 주인을 찾았을 뿐 경남기업 삼부토건 등은 수차례 매각 시도에도 불구하고 끝내 불발됐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또는 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진행 중인 기업들의 매물도 범람했다. 이들 한계기업 인수전에서는 연합자산관리(유암코)가 가장 돋보였다. 유암코는 올해 오리엔탈정공 영광스텐 넥스콘테크놀로지 국제종합기계 영화엔지니어링 등을 인수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새 먹을거리를 찾기 위해 M&A에 적극 나섰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오디오·인포테인먼트 분야 세계 1위 업체인 하만을 전격 인수하며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를 확실히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이 거래에 80억달러(9조4000억원)를 베팅하며 국내 M&A 거래금액 기록을 갈아치웠다.
롯데는 삼성과의 빅딜을 통해 케미칼 사업에 하나의 큰 승부수를 던졌다. 롯데케미칼은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삼성SDI 케미칼 사업 부무을 총 2조5850억원에 인수하며 글로벌 종합화학회사로의 도약에 힘을 보탰다.
오는 2021년 보험업계의 ‘빅뱅’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막대한 자본확충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생명보험사들이 잇따라 매물로 나왔다.
지난해 동양생명이 안방보험에 매각된데 이어 올해에는 알리안츠생명과 ING생명 KDB생명 PCA생명 등이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알리안츠생명은 지난 4월 중국 안방보험에 300만달러(약 36억원)라는 헐값에 매각되며 충격을 안겼다.
PCA생명은 1700억원에 미래에셋생명의 품에 안겼다. 지난 22일 세번째 매각을 시도한 KDB생명은 중국계 기업 1곳이 참여했지만 매각 측인 산업은행은 인수조건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딜 무산 선언을 했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해외기업 M&A 시장에서 1위에 등극한 중국의 한국기업 사냥도 본격화됐다. 제조업은 물론 패션과 미용·의료 등 내수 산업까지 투자 분야도 다양하다.
화학기업인 야커커지의 유피케미칼 인수와 패션이 주력인 랑즈그룹의 드림메디컬그룹 인수 등이 대표적이다.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등 한류 콘텐츠 기업들도 표적이 되고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인 심엔터가 화이브라더스에 인수됐고 드라마 ‘또 오해영’으로 유명세를 탄 초록뱀미디어는 DMG그룹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앞서 텐센트는 내년 IPO가 유력한 넷마블게임즈에 지난 2014년초 5300억원 이상을 투척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4번째 도전 만에 민영화라는 숙원 과제를 풀었다. 그간 경영권 매각을 고수했던 정부가 여러 주주들께 쪼개파는 과점주주 매각방식을 선택했던 것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이에 정부는 보유지분(51.1%)중 29.7%를 7개 민간주주에 매각함으로써 2대 주주로 남게 됐다. 과점주주중 IMM PE는 유일하게 우리은행 지분을 취득한 PEF 운용사로 기록됐다. 정부는 잔여지분 역시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매각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적절한 매각 시기를 타진키로 했다.
조선·해운 업황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국내 1위 선사 한진해운이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해체수순(청산절차)를 밟고 있는 한진해운의 미주·아시아노선은 대한해운이 속해 있는 삼라마이더스(SM)그룹에 매각됐으며 유럽법인은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아시아지역 터미널(광양 일본 도쿄·오사카 대만 카오슝)도 매각선상에 올랐으며 우선협상권을 쥐고 있는 SM그룹이 인수 여부를 조율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초 CJ헬로비전 인수에 나서며 통신과 방송 융합을 통한 거대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의 전환을 시도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인수 불허 방침으로 고배를 마셨다.
이재현 회장의 경영공백이 컸던 CJ그룹도 CJ헬로비전 매각에 실패하며 우울한 한 해를 보내야 했다. CJ헬로비전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콘텐츠 중심의 기업으로 도약하려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다. 최근에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하나방송’을 인수하는 등 케이블 업계 지배력 강화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의 대우건설에 대한 올 3분기 감사의견 거절은 후폭풍은 만만치 않았다. 당장 산업은행이 내년초 추진하려 했던 매각작업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감사의견 거절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던 미청구공사에 대한 손익 인식은 분식회계 이슈로까지 번졌다.
대우건설의 매각 추진 여부는 해외 사업장 실사 결과 등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로선 매각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금호타이어 매각(지분율 42.01%)을 위한 본입찰이 내년 1월 12일 예정된 가운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그룹재건의 꿈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박 회장은 지난해 금호산업을 인수할 당시 외부의 반신반의에도 불구하고 7200억원의 인수자금을 마련해 IB업계를 놀라게 했다. 박 회장이 1조원대로 거론되는 금호타이어를 인수에 성공할 경우 그룹 지배구조는 ‘박 회장을 정점으로 금호기업(그룹 지주회사 역할)-금호산업-금호타이어-아시아나항공’으로 재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