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850만부 판 '태백산맥'…30년 지켜준 독자 덕"
by김용운 기자
2016.11.09 06:02:00
''태백산맥'' 출간 30주년 맞아 기자간담회 열어
"마흔 살 처음 쓰기 시작…이런 자리 상상 못해"
작가 조호상 쓴 ''태백산맥'' 청소년판도 발간
| 작가 조정래가 8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태백산맥 출간 30주년 기념본 및 태백산맥 청소년판’ 출간 기자간담회를 열고 ‘태백산맥’ 30주년에 대한 소회와 최근 시국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사진=해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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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마흔 살에 처음 쓰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30년이 흘러 이런 자리를 마련할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
작가 조정래(73)가 대하소설 ‘태백산맥’(해냄) 발간 30주년을 맞아 지난 30년 간 850만부가 팔린 ‘태백산맥’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조 작가는 8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태백산맥 출간 30주년 기념본 및 태백산맥 청소년판’ 출간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신의 대표작이 된 ‘태백산맥’ 집필 과정과 발간 후 뒷이야기, 청소년판을 발간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조 작가는 “‘태백산맥’을 썼다는 이유로 1994년 8개 단체로부터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고소·고발을 당했고 10여년 간의 조사 끝에 2005년 무혐의처분을 받았다”며 “이후 보성에 태백산맥 문학관이 만들어지고 뮤지컬 ‘태백산맥’을 국립극장에서 상연하는 등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독자들이 나를 보호해 준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30년 세월이 흘러도 그들이 아직 ‘태백산맥’을 만나고 있으니 행운도 이런 행운이 없다”고 독자에게 감사를 전했다.
조 작가는 “‘태백산맥’을 집필할 당시에는 군부정권 시절이었기 때문에 언젠가 정치적 위해가 가해질 것이라는 긴장 속에서 소설을 썼다”고 회고한 뒤 “위협의 긴장 속에서 썼기 때문에 더 탄력적으로 쓸 수 있었고 지금 쓴다고 해도 더 이상 잘 쓸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최순실게이트로 야기한 국정 혼란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의견을 피력했다. “우리 헌법 1조2항의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며 “현재 상황은 대통령 개인이 가진 문제, 권력 앞에 무조건 맹종하는 권력 형성자들의 구태란 두 가지 문제가 겹쳐 생겼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는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조 작가는 “국민은 이미 탄핵을 결정했다. 그러므로 국민의 명령에 따르면 된다. 그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태백산맥’ 발간 30주년을 기념해 나온 ‘태백산맥 청소년판’을 집필한 작가 조호상은 “청소년들이 해방 전후의 역사를 학습할 기회는 많지 않으며 문학작품을 통한 학습 기회는 더구나 드물다”며 “우리가 어떻게 왜 갈라졌으며 이제 어떻게 합쳐야 하는가를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록 신경 써서 작품을 개작했다”고 말했다.
‘태백산맥’은 1986년 10월 1∼3권 출간을 시작으로 1989년 10월 8∼10권이 나오면서 완간했다. 원고지 기준 1만 6500매의 대작으로 현재도 한 해에 8만부씩 팔리는 스테디셀러다. 남한 단독정부가 수립되고 제주 4·3항쟁과 여순사건이 발생한 1948년부터 한국전쟁이 끝나던 1953년까지를 배경으로 이데올로기에 따른 분단의 과정과 아픔을 적나라하게 그린 분단문학의 고전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