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연호 기자
2016.06.22 07:01:00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최근 국내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들이 사모대출펀드(PDF)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대체투자분야에서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모투자펀드(PEF)에 비해 안정적인데다 구조를 잘 짠다면 얼마든지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PDF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도 계속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찰공제회는 블라인드펀드에 1000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하고 이번주 내로 운용사 모집공고를 낼 계획이다. PEF, 벤처캐피털(VC), PDF 세 부문에서 각각 운용사 두 군데씩 모두 6곳을 선정할 방침이다. 이 가운데 PDF 부문에 배당된 금액은 400억원으로 2곳의 운용사에 200억원씩 집행한다. 국내 운용사로 자격 요건을 제한한 PEF, VC와는 달리 PDF는 해외 운용사도 지원할 수 있게 했다. 최근 유럽 등에서 PDF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경찰공제회가 PDF에 투자하는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이보다 앞서 지난주에는 행정공제회가 PDF 투자 사상 최대규모인 1억달러를 맡길 운용사 3곳을 선정했다. 행정공제회 관계자는 “미국계 운용사 BSP, 또 다른 미국계 운용사 밥슨(Babson), 유럽계 운용사 파미라(Pamira) 3곳을 PDF 운용사로 최종 선정했다”며 “BSP에 40%를 나머지 두 운용사에 30%씩의 자금을 맡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도 지난해 10월 약 800억원 규모의 해외 PDF를 운용할 위탁운용사로 아레스(Ares), 알센트라(Alcentra) 2곳을 선정하고 본격 투자에 들어갔다. 공무원연금은 이 두 곳의 운용사를 통해 독일과 프랑스 소재 중견기업들에 인수·합병(M&A) 자금 등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게 된다. 사학연금의 경우에도 향후 인프라펀드나 밸류애드(Value-add·가치증대형) 부동산펀드와 함께 PDF도 발굴해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PDF는 에쿼티(equity)에 투자하는 전통적인 PEF와 달리 부채(debt)에 투자하는 펀드를 가리키는 용어로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로부터 펀딩을 받아 기업 M&A 등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해 주는 펀드다.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비롯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유럽 대형 투자은행들의 보수적인 대출 집행으로 인해 자금 공백이 일어나자 사모펀드들이 몇 년전부터 이 틈을 비집고 들어와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수익률보다는 안정성을 추구하는 성격인 탓에 과거에는 주로 대형 투자은행들이 담당했던 분야였지만 최근에는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로 주목받으면서 기관투자가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해외 PDF의 경우 글로벌 은행들의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축소에 따라 자금 수요가 많아지면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유럽이나 북미 등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의 PDF는 두자릿수 수익률까지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기관투자가들로서는 구조를 잘 짜서 선순위 대출 등을 제공하게 되면 안정성과 수익률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최상의 그림이 나오게 된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PEF의 경우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까지 보통 5~6년씩 걸리는 데 반해 PDF는 3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또한 대체투자에서 보통 나타나는 J커브 효과(투자 초기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되는 현상)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어 최근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