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 이후 사라진 '금사' 아름다움 되살렸다

by김성곤 기자
2015.02.11 07:35:00

전통금사 제작기술·직금 제직기술 복원 성공
한지로 배지 사용…독자적 금사 제작기술 입증
섬유 문화재 체계적 재현·복원 기반 마련

복원한 직금 직물 3종(사진=문화재청)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조선 영조 이후 명맥이 끊겼던 ‘전통 금사 제작기술’과 직물표면에 금사로 문양을 넣는 ‘직금 제직 기술’이 복원됐다.

금사(金絲)는 삼국시대 이래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직조와 자수 등 전통 섬유공예에 사용돼온 가장 장식성이 화려한 전통 소재 중 하나다. 현재 불복장(佛腹藏) 직물과 출토복식 등에서 직금과 금사 자수 등 우수한 섬유 유물이 발견되고 있지만 금사 제작 기술의 단절로 유물의 원형복원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한국전통문화대·문화재연구소 전통기술 보존 계승 위해 4년 협업

복원한 금사 세부(사진=문화재청)
금사 제작 및 직금 제직 기술 복원의 주인공은 한국전통문화대 전통섬유복원연구소와 국립문화재연구소다. 양 기간은 지난 2011년부터 4년여간에 걸친 연구 끝에 국내 최초로 전통 금사 제작 및 직금 제직 기술 복원에 성공했다.

가장 장식성이 뛰어난 소재로 꼽히는 금사는 맨 아래에 넣은 종이를 뜻하는 ‘배지’ 위에 접착제를 바르고 그 위에 금박 또는 은박을 올려 일정한 너비로 재단해 만든다. 또 금사를 넣어 문양을 짜는 직금 기술은 직물에 기품과 화려함을 불어넣어 예로부터 의례용 복식뿐만 아니라 장엄용(莊嚴用) 직물의 제작에도 폭넓게 사용돼 왔다.

특히 고려시대에는 직금 공예가 발달, 다량의 불복장 직금 유물이 발견되고 있다. 불복장은 사리를 비롯한 여러 물건을 불상 내부에 넣는 의식이다. 아울러 조선시대는 출토복식과 궁중복식 등에서 수준 높은 직금 유물을 확인할 수 있다.



▲단절된 전통기술 어떻게 되살렸나

금사 제작 및 직금 제직 기술은 영조 9년인 1733년 직물에 문양을 넣기 위해 사용하는 틀인 문직기(紋織機)의 사용이 금지되면서 된서리를 맞았다. 이후 지금까지 직금 유물의 원형복원이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전통문화대 전통섬유복원연구소 연구팀은 우선 2011년 문헌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전통의 금사 제작 체계를 밝혀냈다. 이듬해에는 한국, 중국, 일본의 금사 유물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기술 조사를 수행하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2013년에는 금사 재현에 필요한 배지, 접착제, 금박 등의 최적 재료요건을 제시, 금사 제작에 성공했다. 아울러 지난해에는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전통 수공(手工) 문직기를 제작, 직금 제직 기술을 재현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특히 이번 연구를 통해 고려·조선시대에는 전통 한지가 배지로 사용됐다는 점을 확인한 게 큰 수확이다. 이는 당시 중국, 일본과는 달리 우리 고유의 독자적인 금사 제작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

또 직금 제직 기술 등을 적용해 보물 제1572호 ‘서산 문수사 금동아미타불상’(1346)의 복장 직물인 고려 시대 ‘남색원앙문직금능(藍色鴛鴦紋織金綾·수덕사 근역성보관 소장)’ 등 직금 유물 3점을 복원하는 데 성공한 것도 주요 성과다.

금사 제작기술 복원을 주도한 심연옥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는 “이번 복원사업은 전통기술 복원분야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섬유 문화재를 체계적으로 재현·복원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현대적 공예 기법과의 접목을 통해 전통문화의 다각적인 활용과 문화관광 자원화에도 이바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선 시대 ‘임원경제지’ 상의 수공 문직기(사진=문화재청)
복원한 수공 문직기(사진=문화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