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브리핑]주유소 습격사건의 추억

by김대웅 기자
2014.09.26 08:07:03

[이데일리 김대웅 기자] “상대가 백 놈이든 천 놈이든, 난 한 놈만 패.”

요즘 주식시장을 보고 있노라면 15년이나 지난 영화의 대사가 종종 떠오른다. 단순 무대포의 똘끼로 치부할 게 아니라 ‘선택과 집중’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그렇다.

이번주 국내 증시의 핫이슈 중 하나는 코스피 시가총액 1, 2인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005380)의 몰락이다. 여러 이슈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며 나란히 신저가로 추락, 이들 시총 비중의 합은 작년 20% 중반에서 17%대까지 떨어졌다.

이 가운데 흥미로운 사실은 코스피는 여전히 박스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중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시장 내 절대적인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 종목이 동반 추락했음에도 지수는 오히려 견조한 흐름이다.

반대 급부가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유가증권시장 내 시총 상위주 가운데 상당수가 신고가를 뚫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번주만 해도 한국전력(015760) SK텔레콤(017670) 아모레퍼시픽(090430) LG(003550) 현대글로비스(086280) SK C&C(034730) 등이 신고가를 경신하며 훨훨 날았다.

종목별 차별화 현상이 어느 때보다 뚜렷한 양상이다. 가는 종목은 무섭게 가고, 반대로 빠지는 종목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날개없는 추락을 거듭한다. 과거 흔하게 펼쳐졌던 업종별 순환매나 기술적 반등 따위도 많이 흐려졌다.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국내 산업 지형이 급변하면서 이런 트렌드가 형성된 측면이 있다. 기존 수출 중심의 대형주들은 중국 등 치명적인 경쟁상대를 만나 기세가 많이 꺾였다. 선진국 유동성에서 비롯된 환율 상황도 발목을 잡는다.

반면 중국 소비 관련 화장품이나 레져, 생활가전, 식음료 업체들은 초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요우커(중국인 관광객) 등 새로운 모멘텀을 만나 훨훨 날고 있다. 성장기를 맞은 모바일게임도 빼놓을 수 없다.

단적인 예로 음식료 기업들은 과거 경기방어주 정도로 인식됐지만 이제는 오히려 경기민감 성장주로 분류되기도 한다. 동원F&B(049770)나 CJ제일제당(097950) 등의 주가를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수급적으로는 롱숏펀드의 활성화를 꼽을 수 있다. 롱(주가 상승에 베팅)으로 일관하던 시대가 가고 숏(주가 하락에 베팅)을 병행하는 펀드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주가 하락도 수익을 취할 수 있는 시장이 됐다. 따라서 낙폭과대주의 반등이란 게 예전같지 않다.

간밤 뉴욕 증시가 지정학적 우려와 테러 위협 등으로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런 때일수록 투자심리가 흔들리며 중심을 잃기 쉽다. 장세의 특성을 파악해 여기저기로 눈을 돌리기보다 자신이 잘 아는 기업들 중 성장 국면에 놓인 종목을 찍어 집중하는 전략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