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변호사·회계사에 거액대출..농협은행서 대출사기

by이준기 기자
2012.12.26 09:00:11

모두 11건, 20여억 원 규모 자진신고..금감원, 은행권 일제 점검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경기도 구리에 사는 무직자 구강모(43·가명) 씨는 최근 변호사 자격증만 내면 거액의 대출을 손쉽게 받을 수 있다는 농협은행의 대출상품을 접했다. 그는 곧바로 자격증을 위조해 인근 농협은행에서 대출금 2억 7500만 원을 신청했다. 거액의 대출금을 내주기 직전까지 농협은행 해당 지점은 철석같이 구 씨를 변호사로 믿고 있었다.

구 씨처럼 변호사나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위·변조해 고액의 대출을 챙기는 대출 사기사건이 농협은행에서 발생해 금융감독원이 긴급 점검에 착수했다. 농협은행은 최근 자체 감사를 통해 총 11건, 20억 원가량의 자격증 위변조 대출 사기 사건을 적발했다며 금감원에 자진 신고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문제가 된 농협은행의 대출상품은 ‘수퍼프로론’. 판·검사나 변호사, 변리사, 공인회계사, 기술사, 감정평가사 등 전문직에 종사한다는 증명만 하면 최고 3억 원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금리는 24일 현재 4.8~8.2% 수준.



금융권 관계자는 “수퍼프로론은 농협은행의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상 3000만~5000만 원 정도에 불과한 고객에게 최대 10배까지 대출을 해주도록 한 상품”이라며 “대출 사기 용의자들은 은행이 위·변조된 자격증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은 자체 상시감시시스템을 통해 변호사와 공인회계사 증명서 11개가 위·변조된 사실을 밝혀냈고 곧바로 관련 대출 실행을 차단했다. 또 대출 사기 용의자들을 수사당국에 고발했다.

금감원은 다른 은행에도 유사한 대출 사기 사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은행권을 대상으로 일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권의 자체 점검을 보고받은 후 내부통제 부분에 문제를 드러낸 은행에 대해선 현장 검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