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영효 기자
2008.06.12 08:26:58
외환銀, HSBC 아시아 전략에 필수
금융위 압박용 카드
[이데일리 정영효기자] HSBC가 잇따라 외환은행 인수를 철회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상대를 압박하기 위한 전통적인 기업 인수합병(M&A) 전략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 진단했다.
전일 HSBC의 샌디 플록하트 아태 지역 최고경영자(CEO)는 "HSBC는 다른 선택들(other options)을 갖고 있다"며 "외환은행 인수를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HSBC, 외환銀 인수 철회할수도)
FT는 그러나 렉스 칼럼을 통해 HSBC의 이날 입장 표명을 금융위원회의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재촉하는 압박용 카드라며 HSBC가 협상 테이블을 쉽사리 떠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시아 시장에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고 한국 시장에서 발판을 마련하려는 HSBC의 전략을 달성하는데 있어 외환은행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HSBC는 이미 제일은행과 한미은행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인 스탠타드차타드와 씨티그룹에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환은행은 현재로서 마지막 남은 한국의 대형은행이다.
한국 금융권 전망이 악화되고 있는데도 HSBC가 현재 외환은행 주가에 30%의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을 제시하고 인수 이후에도 상장 상태를 유지하겠다고 공언하는 이유다.
반면 HSBC의 경쟁자들 입장에서는 손해볼 것이 없다. 현재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는 (HSBC와의 거래가 결렬될 경우) 다른 인수자를 찾을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이미 국민은행(060000)과 하나금융지주 등이 외환은행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FT는 외환은행 인수를 철회할 경우 가장 손해를 보는 쪽은 HSBC라고 진단했다. HSBC외에 손해를 보는 쪽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정부의 평판이다. 그러나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에 반대하는 시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국부유출에 반대하는 보호주의자들에게 비난의 근거를 제공할 일말의 힌트를 줄 가능성은 없다고 FT는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