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넘나든 '시대의 조정자'…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별세
by최정희 기자
2024.09.16 14:22:37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보수와 진보를 넘나들며 ‘시대의 조정자’ 역할을 했던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이 향년 90세로 노환으로 별세했다. 15일 오전 8시 10분께 서울의 한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전해졌다.
16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은 언론인이자 정치인으로 한 평생을 살았다. 5공화국 시절 핵심 정치인으로 활동했다.
그는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청주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58년 한국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했다. 1962~1972년 조선일보 기자와 정치부장, 편집부국장을 거쳐 1972년 서울신문 편집국장, 1977년 서울신문 주필을 지냈다. 이후 정치권으로 무대를 옮겨 1979년 민주공화당 후보로 서울 강서구에서 제10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이를 시작으로 13대까지 4선을 역임했다. 1980년 민주정의당 창당에 참여, 민정당 정책위의장을 두 번 지내는 등 전두환 정권의 핵심 정치인으로 활약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인 1993~1994년엔 노동부 장관을 맡았다. 이후에는 호남대 객원교수로 정치 문제에 대해 5년간 강의했다.
그는 보수 정권의 핵심 인물로 있으면서도 진보와의 교류를 활발히 한 인물로 알려졌다. 스스로 자신을 ‘체재 내 리버럴’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작년 초 ‘시대의 조정자:보수와 혁신의 경계를 가로지른 한 지식인의 기록’이라는 저서를 펴내기도 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당시의 시대 상식에 맞추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에 따라 행동했다”고 적었다. 이밖에 그는 ‘스튜던트 파워’, ‘모래 위에 쓰는 글’, ‘정치인을 위한 변명’, ‘문제는 리더다’ 등 여러 저서를 남겼다. 새마을훈장 근면장, 청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올해 역시 ‘내가 뭣을 안다고:잊혀간 정계와 사회문화의 이면사’ 등을 펴냈다.
유족은 부인 변문규 씨와 4녀(남화숙·영숙·관숙·상숙), 사위 예종영·김동석 씨 등이 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3호실, 발인 19일 오전 5시 20분, 장지 청주시 미원 선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