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1.2만 데이터 기반... 한국인 맞춤형 인공관절로 치료 만족도 높여
by이순용 기자
2023.11.29 06:43:58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 한국형 인공관절로 만족도 높여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 퇴행성 관절염은 무릎 뼈와 뼈 사이 연골이 닳는 질환으로,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이다. 좌식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는 특히 퇴행성관절염 환자가 많다. 양반다리나 쪼그려 앉는 습관이 무릎 안쪽에 하중을 가해 부담이 가중되며 퇴행성관절염을 촉진한다.
퇴행성관절염 말기에 이르면 하나의 치료법이 남는다. 바로 ‘인공관절 수술’이다. 인공관절 수술은 닳아버린 연골과 관절을 대신할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수술이다. 1960년대에 시작된 이 수술은 최근 3D 시뮬레이션 수술, 로봇 수술, 내비게이션 수술 등 다양한 기술과 접목돼 정확도가 높아졌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인공관절은 서양에서 개발돼 동양인의 신체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에는 실제 한국인 1만2,300여 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계된 인공관절이 개발됐다. PNK 인공관절은 ‘Preservation of Normal knee Kinematics’ (정상 무릎 운동학의 유지)라는 콘셉트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말 그대로 수술 후에도 정상 무릎처럼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최대한 복원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실제 한국인의 무릎을 데이터로 만들었기 때문에 환자 적용시 만족도가 높다. 병원 의료진이 환자를 위해 머리를 싸맨 끝에 만들어낸 결과다.
PNK 인공관절의 특징 중 하나는 세분화된 사이즈이다. 사이즈가 기존 인공관절에 비해 됐기 때문에 각자의 신체 사이즈에 더 잘 맞는 인공관절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베어링를 이용해 기존의 적은 베어링을 이용했을 때 사이즈에 따라 무릎을 굽히는 각도가 국한되던 문제를 해결했다. 150도 고굴곡이 가능하기 때문에 좌식생활을 하는 한국인에게 적합하기도 하다.
앞서 개발된 것이 후방십자인대를 제거하는 PS 타입이며, 최근에는 후방십자인대를 보존하는 CR 타입이 나왔다. PS 타입을 먼저 개발한 이유는 후방십자인대를 보존하는 것이 무릎을 구부리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국내 인공관절 수술 환자의 90%는 후방십자인대를 보존하는 PS 타입을 사용한다.
그러나 입식 생활을 하는 미국인들은 PS 타입을 구태여 사용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PS타입과 CR타입이 각각 51%, 49%로 비슷한 점유율을 보인다. 그동안 인공관절 수술은 대부분 수입품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PNK 인공관절을 개발함으로써, 보다 한국인에 맞는 국산 인공관절로 만족도를 높일 것이란 기대가 크다. 국내 뿐 아니라 수출도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인공관절 수술은 결국 수술 후 만족도에 수술의 성패가 갈린다. 작은 디테일이 만족도를 결정하는 만큼, 한국인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한국형 인공관절’이 환자들의 만족도를 보장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물론, 인공관절 임플란트가 수술 후 만족도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의료진의 실력도 그만큼 뒷받침돼야 한다.
의사로서 수술을 잘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환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은 일종의 ‘숙명’이라고 생각된다. 앞으로도 국내 환자의 수술 후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인공관절 국산화를 넘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