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소식 처음들은 검찰총장 "병문안이나 가자" [검찰 왜그래]

by이배운 기자
2023.11.18 09:09:09

민주당 탄핵설에 반응 ''무덤덤''…''일이나 하련다''
김건희 수사 지휘권 박탈…직무유기 성립 불가
"가능성없는 탄핵 남발"…할말은 한동훈 장관이
민주당 "논의한바 없다"…갈등격화 불씨는 여전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이 이원석 검찰총장 탄핵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 국민이 술렁였습니다. 내년 4월 총선이 성큼 다가온 가운데, 이 총장 탄핵은 검찰 등 법조계뿐만 아니라 정치계까지 뒤흔드는 대형 사안으로 번질 게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이원석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본인을 탄핵한다는 소식을 처음 들은 이 총장 반응은 어땠을까요?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 총장은 참모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자 무덤덤하게 “병문안이나 가자”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뇌출혈로 입원한 지청장 병문안을 다녀옵니다.

이후에도 주변에서 탄핵 관련 입장을 물을 때마다 이 총장은 ‘물어보지 말라’ ‘아무 할 말 없다’ ‘할 일이나 하련다’ ‘뭐하러 일일이 대응하느냐’며 덤덤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대검찰청은 탄핵설 관련해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탄핵은 고위공직자들에게 악몽 같은 일인 데다 앞서 이 총장은 야당에 “검사들을 탄핵하지 말고 차라리 나를 탄핵하라”고 반발한 적 있습니다. 심적 동요가 클법도 한데 태연하게 넘긴 배경은 무엇일까요.

우선 탄핵의 법적 근거가 약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은 이 총장이 김건희 여사 수사에 대해 ‘직무유기’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탄핵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지난 2020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김건희 여사 사건에 검찰총장이 관여하지 못하도록 수사지휘권을 박탈했고, 이는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에 윤석열·김오수 전 검찰총장에 이어 이 총장 역시 김 여사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지 않고 지휘도 내릴 수 없습니다.

직무유기죄는 고의로 업무를 내던져버렸음을 입증해야만 성립합니다. 그런데 이 총장은 타의로 김 여사 사건에 관여하지 못하는 만큼 직무를 고의로 유기했단 논리는 성립할 수 없습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기각이 뻔한 셈입니다.

게다가 직무유기죄는 애초 입증이 매우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당사자가 의도적으로 사안을 모른 척하고 내버려 뒀음을 입증해야 하는데 ‘평범하게 원칙대로 일했을 뿐’이라는 해명만 되풀이해도 고의성을 객관적으로 밝혀내기란 대단히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검찰은 민주당의 공세에 직접적인 맞대응을 자제해왔습니다. 공세에 일일이 반박하며 장외 설전을 벌이면 수사에 악감정이 실리고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오해가 퍼질 수 있는 탓 입니다. 이 총장은 국정감사 등 의원들을 공식적으로 대면하는 자리에서만 반박 입장을 내놓습니다.

검찰 내부의 들끓는 불만을 대신 표출해주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존재도 이 총장이 직접 나서 입을 열 이유를 덜어줍니다. 검찰 출신인 한 장관은 취임 후 야권의 비리 의혹에 맹공을 퍼부으며 검찰에 방어막을 펴주고 수사의 정당성을 대신 피력해왔습니다.

실제로 한 장관은 이 총장 탄핵 소식이 전해진 직후 취재진을 만나 “민주당은 이제 하루에 한 명씩 탄핵을 추진하는 것 같다”며 “그런 탄핵들이 인용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치적으로 남는 장사라는 계산에 탄핵을 남발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습니다. 내심 이 총장이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 속 시원하게 해준 셈입니다.

한 장관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만약 법무부가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했다는 이유로 민주당에 대해 위헌정당심판을 청구하면 어떨 것 같느냐”며 검찰총장은 차마 못할 엄포까지 내놨습니다.

한편 이 총장 탄핵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민주당은 “검찰총장 탄핵은 논의한 바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대장동 428억 약정설 △정자동 개발 특혜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대선개입 여론조작 등 남아있는 야권비리 의혹 수사가 진전을 보이면 검·야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검찰총장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놓고 탄핵 논의가 본격화될 수도 있다는 게 법조계의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