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 스마트폰 몰래 보면 처벌될 수도…‘비밀침해죄’ 뭐기에

by강소영 기자
2023.06.26 08:46:53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연인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몰래 알아내 과거 교제 상대 등 정보를 파악한 사례에 법원이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판단을 내놨다.

(사진=게티이미지)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은 전자기록등내용탐지 혐의로 기소된 A씨(30)에게 벌금 3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란 유죄는 인정하지만 형의 선고를 미루는 법원의 판단이다. 2년이 지나면 면소된 것으로 간주하는데, 만일 유예 기간 동안 자격정지 이상 판결이 확정되면 이를 다시 선고한다.

재판부는 “비밀 장치한 전자기록인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임의로 비밀번호를 입력해 해당 정보를 알아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앞서 A씨는 2020년 12월 남자친구였던 B씨의 휴대전화에 비밀번호를 몰래 입력해 그의 전 여자친구 연락처와 동영상을 열람했다. 이후 B씨는 이 사실을 문제 삼아 A씨를 수사기관에 고소했다.



형법 제316조에 따르면 봉해진 편지나 전자기록 등을 기술적 수단을 이용해 풀어 그 내용을 알아내면 3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친고죄이기에 피해 당사자의 고소가 없으면 공소제기를 할 수 없다.

검찰은 A씨가 형법상 비밀침해죄를 범했다고 보고 그를 벌금 3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그러나 A씨는 검찰의 판단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A씨는 “복잡한 이성 관계로 깨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B씨가 비밀번호를 알려줘 이를 사용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전 여자친구의 자료가 남아 있는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선뜻 알려준다는 점을 경험칙에 비춰 이해하기 어렵다”며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줬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봤다.

아울러 재판부는 설령 B씨가 비밀번호를 알려줬다고 하더라도 그 사용 범위는 통화목록, 카카오톡 메시지 내역 등 다른 이성과의 접촉 여부를 불시에 확인할 수 있는 상태로 둔다는 정도의 의미로 한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A씨가 휴대전화를 뒤져 전 여자친구의 연락처와 동영상을 열람한 것은 B씨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고, 이는 형법상 금지된 ‘기술적 수단을 이용한 정보 취득’으로 봐야 한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