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고교생 학폭 피해자 母의 손편지…"아들아"

by김민정 기자
2021.07.28 07:59:46

아들 시신 운구할 아이가 목 조른 ''학폭'' 가해자.."억울함 풀어달라"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야산에서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광주의 한 고등학생이 생전 학교폭력(학폭)에 시달렸던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숨진 학생의 어머니가 사건 규명을 요구하는 청원에 참여해달라는 독려글을 올렸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광주학교폭력 피해자 엄마’라고 자신을 밝힌 A씨는 지난 27일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이같은 글을 올렸다.

A씨는 “제 아들은 본인이 입은 피해에 대해 말을 할 수 없다. 우리 가족이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 주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저희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국민 청원 20만이 넘으면 국가적 관심으로 빠른 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하며 관련 청원의 참여를 부탁했다. 다음 달 5일 마감을 앞둔 이 청원은 28일 오전 8시 기준 19만 2,000명 가량이 동의했다.

이와 함께 A씨는 아들에게 쓴 손 편지를 공개했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캡쳐)
이 편지에서 A씨는 “아들아, 너를 품은 10개월은 행복했어”라며 “세상에 나고 보니 너만큼 빛나는 아이가 또 없더라. 17년 하고도 6개월을 입히고 먹이고 키웠는데 거기가 어디라고 엄마보다 먼저 가니”라고 먹먹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네가 엄마한테 남긴 마지막 편지에서 그랬지. 일주일만 슬퍼하고 담엔 웃고 다녀주라고. 엄마 웃는 게 좋다고”라며 “엄마가 그 부탁은 들어줄 수가 없어. 네가 너무 그립거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A씨는 “대신 너 힘들게 했던 사람들 전부 혼내줄게“라며 “아들아, 고통없는 그곳에서 행복하렴. 다음에 우리 또 만나자. 그땐 엄마 곁에 오래 머물러줘”라고 절절한 심경을 고스란히 표현했다.

A씨의 아들인 B군(17)은 지난달 29일 오전 11시19분께 광주 어등산 팔각정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인근을 지나던 등산객의 신고로 구조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B군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고, 경찰은 B군의 몸에 외상이 없고 타살 정황 등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발인 하루 전날 B군의 부모는 장례식장으로 찾아온 B군 친구의 부모를 통해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B군이 친구들에게 학폭을 당했다며 관련 동영상을 보여준 것.

특히 B군 장례식에 운구를 하겠다고 온 친구 역시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B군 유족은 해당 영상을 포함해 학폭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하고 수사를 의뢰했다.

현재 경찰은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폭행 등 혐의로 고등학생 11명을 입건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