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도넛 후드티' 연매출 500억 비결…트렌드 좇아 '반응생산' 고수

by윤정훈 기자
2020.12.08 05:30:00

구재모·구진모 아크메드라비 대표 인터뷰
아이유, 블랙핑크, 엑소 등 스타 공항패션 유명세
중국 19개 매장 운영·내년 베트남, 필리핀, 호주 등 진출
매일 생산수량 조절…반응 약하면 드롭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도넛을 양손에 들고 있는 아이가 그려진 시그니처 티셔츠. 아이유, 블랙핑크, 엑소 등 스타들의 공항패션으로 유명한 스트리트 브랜드. 한국 패션 브랜드 아크메드라비(ACME DE LA VIE) 이야기다. 귀엽고 힙한 느낌이 트레이드 마크인 아크메드라비는 10대 사이에서는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만큼 유명하다.

아크메드라비는 동대문에서 10년 이상 병행수입 등 패션사업을 하던 구재모·구진모 형제가 2017년 만든 브랜드다. 2017년 사업 실패를 겪으면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형제가 시작했던 브랜드는 설립 3년 만에 매출액 500여억원을 기록하며 성장했다. 사업 실패의 아픔을 다시 겪지 말자는 뜻에서 브랜드 이름도 프랑스어로 ‘인생의 정점’으로 지었다. 형인 구재모 대표는 경영을 총괄하고, 동생인 구진모 대표는 디자인과 생산을 담당한다.

아크메드라비는 창업 초기에 연예인 마케팅을 통해 인지도를 쌓았다. 10년간 패션사업을 통해 알던 스타일리스트를 통해서 유명 연예인에게 옷을 협찬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브랜드가 알려졌고, 연예인들이 SNS에 사진을 공유하면서 브랜드가 입소문을 타고 성장했다. 브랜드 론칭 1년 만인 2018년 말에는 롯데백화점으로부터 면세점 입점 요청을 받았다. 이에 청담동 쇼룸 하나 밖에 없던 아크메드라비가 면세점을 뚫게 됐다.

구재모 대표는 “2018년 12월 15일에 롯데면세점에서 연락이 와서 2주 만에 오픈이 가능하냐고 물었다”면서 “면세 시장 진출 기회가 주어지는데 안 하면 바보다. 그래서 2019년 1월에 오픈했다”고 말했다. 이어 구 대표는 “입점 첫 달에 12억, 둘째 달 20억을 하면서 신라, 신세계 등에서 연락이 왔다”며 “그렇게 시작해서 현재는 서울 시내 면세점 11개 지점으로 확장했다”고 덧붙였다.

면세점에서 유명세가 나면서 중국 파트너의 러브콜도 이어졌다. 그중에 가장 적극적으로 아크메드라비에 파트너십을 제안했던 중국 ‘본드 스트리트’와 손잡고 현재는 상해, 베이징, 대련을 중심으로 20여 개 오프라인 매장을 확보했다. 이 덕택에 2018년 48억원이던 매출액도 2019년 486억으로 10배 뛰었다.

아크메드라비 공동대표인 구재모 대표(좌)와 구진모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아크메드라비)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아크메드라비도 주력 매출처인 중국 오프라인과 면세점 사업에 타격을 받았다. 이에 국내외 오프라인 매장을 추가적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도 대부분 유보됐다. 하지만 6월부터 중국 매장이 정상화되고, 중국 따이궁(보따리상)을 통한 면세 매출이 살아나면서 지난해 수준의 매출액을 기록할 전망이다.

내년에는 올해 계획했던 국내 백화점과 해외 오프라인 진출을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불황임에도 지난 7월에 걸그룹 트와이스를 모델로 발탁하며 브랜드 홍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재모 대표는 “중국에 진출했던 방식으로 베트남, 호주, 필리핀 진출을 위해 현지 파트너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내년 해외 진출 계획에 대해 밝혔다. 이어 구 대표는 “해외 진출 확대와 함께 국내에서는 올해 코로나로 못 들어갔던 백화점과 몰 9개에 들어가겠다”고 내년 계획에 대해 말했다. 아크메드라비는 중국진출을 하면서 현지 파트너사와 3년 200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오프라인 매장 투자비용은 전액 파트너사가 투자하며 전개하고 있다.

구재모 대표는 “베트남, 호주 등 해외 파트너와 긍정적으로 계약서를 검토하는 단계”라며 “중국에서 성공했던 방식대로 해외 현지 오프라인 매장은 파트너사가 투자하고, 아크메드라비는 유통과 온라인만 직접 관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코로나19 불황을 이겨낸데는 중국 유명 왕홍과 방송도 한몫했다. 아크메드라비는 구독자가 수천만명인 유명 왕홍 오스틴, 비야와 함께 진행한 라이브방송은 하루 만에 각각 28억원, 4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현재는 중국 오프라인 진출에 힘을 주기 위해 온라인에서는 속도를 조절하는 단계다.

구진모 대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균형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현재 온라인 판매와 유튜브 등 홍보는 오프라인을 알리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아크메드라비는 생산방식도 다른 업체와 달리 한 번에 대량 생산하는 기획생산이 아니라, 철저히 반응 생산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구재모 대표는 “패션 트렌드를 빠르게 쫓아가기 위해서 수 백 장씩 나눠서 매일 주문을 넣고, 반응이 없으면 바로 생산 중단시킨다”라며 “미리 디자인해서 대량으로 찍어내는 방식은 단가는 낮출 수 있지만 안 팔리면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고 했다. 이어 “수 만장의 사진을 분석한 뒤에 이중에 수 백장을 추려서 상품을 생산한다”며 “이를 통해 생산하더라도 디자인 반응이 좋지 않으면 과감히 드롭시키고 있다”고 했다.

내년에는 전반적인 브랜드 콘셉트도 변신을 준비 중이다. 구진모 대표는 “현재는 스포츠 캐주얼에 가까운데 내년에는 일상과 접목한 스케이트 보드룩이나 캐주얼에 가까운 스트리트 패션을 선뵐 것”이라고 말했다.

아크메드라비 모델인 걸그룹 트와이스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아크메드라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