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가볍다" 항소하며 이유 안쓴 檢…대법 "1심보다 형 못 늘려"

by남궁민관 기자
2020.09.18 06:00:00

''뺑소니 사고'' 운전자 1심서 벌금형 받은 뒤
檢 항소로 항소심서 징역형의 집행유예 선고
대법 "檢 ''양형부당''이라 적었을뿐 이유 없어" 지적
"적법한 항소 아냐…1심보다 무거운 형 선고 불허"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검찰이 1심 선고 이후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구체적인 이유 없이 ‘양형부당’이라고만 기재했다면 항소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역 앞에서 택시들이 승객을 태우기 위해 줄 서 있다.(사진=연합뉴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및 도로교통법 위반(사고후미조치) 혐의로 기소된 운전자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 본원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 성남시 분당구 일대 도로 1차로로 운행 중 2차로 가장자리에 정차하고 있던 B씨의 승용차 운전석 문 부분을 충격했다. 이후 A씨는 그 즉시 정차해 B씨 등을 구호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운행해 현장을 이탈했고, 사고 장소에서 약 80m 거리에 있는 횡단보도 인근에서 신호대기로 정차 중 뒤쫓아온 B씨의 항의를 받고 뒤늦게 조치를 취했다.

당시 피해 승용차에는 운전자 B씨와 동승자 2명이 타고 있었으며, 이번 사고로 이들은 경추의 염좌 및 긴장의 상해 등 각 2주의 상해를 입었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승용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진행 방향의 교통상황을 잘 살피고 조향 및 제동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했다”면서도 “다만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 피해자들의 상해 정도가 비교적 경미한 점, 뒤늦게 따라 온 피해자의 항의를 받아 그 자리에서 하자해 조치를 취한 점 등을 감안했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의 항소로 열린 항소심 재판부는 ‘현장에서 하차하지 않은 채 이탈한 점’,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한 점’ 등을 지목하며 1심의 형이 가볍다는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 이유를 받아들여 A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대법원은 1심 이후 검찰히 항소하는 과정에서 적법한 항소이유 기재가 없었다고 지적하면서 이같은 항소심 선고를 뒤집었다.

대법원은 “검사는 1심 판결 유죄 부분에 대해 항소장이나 항소이유서에 ‘양형부당’이라고 기재했을 뿐 구체적인 이유를 기재하지 않았으므로, 1심 판결 유죄 부분에 대해 적법한 양형부당의 항소이유를 기재했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항소심은 검사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으로든, 직권으로든 1심 판결 유죄 부분의 양형이 부당하지 여부를 심리·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1심 판결의 유죄 부분의 형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파기하고 그 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