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안 가요”…유통업계, 코로나19에 온라인 강화 속도

by이윤화 기자
2020.03.04 06:30:00

SSG닷컴·롯데몰·홈플러스 온라인몰 등 주문 폭주
배송차량, 물류센터 작업인력 확충 등 대응 총력
코로나19 사태 확산에 온·오프라인 통합 속도전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오프라인 유통업 전반이 얼어붙고 있지만, 이커머스는 반대로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소비자들이 외출 자체를 꺼리는데다 기업들의 재택근무 확대, 초·중·고 개학 연기 등이 맞물리면서 식재료와 생활필수품 주문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 문화 확산에 더해 최근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로 유통업체들이 온라인 조직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3세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가정주부 A씨는 평소 구매할 물건이 없어도 아이와 함께 자주 가던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발길을 아예 끊어버렸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혹여나 면역력이 약한 아이가 감기에라도 걸리면 병원조차 가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기저귀·물티슈 등 아이 용품은 물론 신선 제품과 생필품까지 모조리 온라인 배송을 통해 구매하고 있다.

A씨는 “평소 반나절에서 하루면 거의 모든 물건이 배송됐었는데 이제 직접 마트에 가서 눈으로 보고 사던 과일이나 먹거리까지 모조리 온라인 쇼핑을 하고 있어서 늦으면 최대 2~3일 정도까지 걸리기도 한다”면서 “그래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확진자수나 확진자 이동경로에 백화점, 대형마트가 많이 포함됐다는 뉴스를 보면 외출을 자제하게 된다”고 말했다.

SSG닷컴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 쓱배송 마감률(준비한 물량 중 실제 주문한 비율)은 전국 평균 80% 정도였지만, 지난달 22~23일 이후 마감률은 99.8%까지 치솟았다.

홈플러스 역시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생겨나기 시작한 지난 1월 20일부터 26일까지 라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5%, 생수는 80% 이상 증가했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의 라면과 생수 매출은 각각 156%와 120% 급증했다.

같은 기간 홈플러스 온라인몰 매출은 전년 대비 162% 증가했고, 일평균 2만3000명 이상 신규 고객이 유입돼 지난 2월 한 달 동안에만 신규 가입자가 30만 명을 넘어섰다.

코로나 확진자가 4000명을 돌파한 대구·경북 지역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사람들은 장기간 외출을 하지 않고 버티기 위해 라면, 쌀, 생수 등을 사재기 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대구·경북 지역 온라인 배송 폭주로 인해 주문 지연에 품절 사태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쿠팡은 지난달 19일 이후 대구·경북 지역의 주문량이 평소보다 최대 4배 늘어 제품 조기 품절과 배송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대구에 거주하는 20대 회사원 B씨는 “2~3주 전까지만 해도 평소와 같이 오던 택배배송이 일주일 이상 지연되거나 아예 취소되는 사례도 빈번하다”면서 “지인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것을 우려해 먹거리를 박스째로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SSG닷컴 네오003에 주차된 쓱배송 차량.(사진=신세계그룹)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세계와 롯데 등 오프라인 전통 유통 강자들도 온라인 조직 강화와 시스템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세계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은 쓱배송 처리물량을 기존 대비 지역별로 최대 20%까지 늘리고, 온라인스토어 네오에서 출발하는 새벽배송 물량 또한 서울·경기 일부 지역 하루 1만 건에서 1만5000건까지 50% 늘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전국적으로 배송차량을 60대 이상 늘리는 한편, P.P센터 인력도 단기적으로 증원해 처리 가능한 물량을 하루 약 6만 건까지 확대한다.

롯데마트도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1월 말부터 배송 차량을 20% 가량 늘렸다. 현재 점포에서 배송을 나서는 차량 50대와 김포물류센터에서 배송을 나서는 차량 15대가 운행 중이며, 물류센터의 작업인력도 평소대비 13% 가량 늘렸다. 향후 배송 차량을 100대까지 늘려 운행할 계획이다.

단순 배송 시스템 강화 외에도 운영 시스템 전반을 손보는 작업도 서두르고 있다. 롯데마트는 ‘점포 기반의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물류 거점화를 실현한다’는 기치 아래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디지털 풀필먼트 스토어를 선보인다. 기존 점포 기반 온라인 주문 배송은 15km의 광역 상권을 기준으로, 원하는 시간대를 설정해 주문한 물건을 받아보는 ‘예약배송’ 시스템이었다. 앞으로는 점포 5㎞ 반경의 핵심 상권을 기준으로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바로배송’ 해준다. 바로배송은 배송준비까지 총 30분 내에 이뤄진다. 따라서 고객주문이 시작된 시점부터 고객에게 주문 상품이 배달되는 시점까지 약 1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원하는 시간과 방법으로 받아볼 수 있는 능동적 쇼핑 개념을 접목했다.

홈플러스는 온라인몰 배송 처리물량을 기존 대비 20% 이상 늘리고 4일까지 2000여 종의 생필품 할인 판매에 나선다.

전국 익스프레스 점포도 온라인몰과 동일하게 할인행사를 전개하는 한편, 배송 물량을 평소보다 50% 확대해 안정적인 생필품 공급을 지원할 방침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핵심 생필품 물량 확보와 합리적인 가격 제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안정적인 생필품 공급과 최근 위축된 내수 경기 회복을 위해 지속해서 투자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