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텍 굴뚝농성 '409일'…세계 최장 기록 경신

by신상건 기자
2018.12.25 11:02:50

노동자 2명,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서 고공농성
"공장 정상화와 단체협약 체결 약속 이행 요구"

지난 2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열병합발전소 굴뚝에서 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박준호 사무장과 홍기탁 전 지회장이 408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파인텍지회의 두 노동자가 공장 정상화와 사측의 단체협약 체결 약속 이행을 요구하며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의 75m 높이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벌인지 409일째를 맞았다.

지난번 같은 파인텍지회 소속 차광호 지회장이 경북 구미 공장에서 세운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 기록(408일)을 경신한 것이다. 노조와 사측 간 불신이 심해 문제 해결 여지가 보이지 않는 만큼 박 사무장과 홍 전 지회장의 고공농성은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와 파인텍 공동행동 등은 25일 오후 2시 서울 목동 굴뚝 농성장을 방문해 농성 중인 박 사무장과 홍 전 지회장의 건강 상태를 점검할 예정이다. 이들은 건강검진에 이어 나승구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와 박승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목사)의 집전으로 굴뚝 방문 기도회를 연다.

박 사무장과 홍 전 지회장은 지난해 11월 12일 굴뚝에 올랐다. 굴뚝농성의 발단은 2010년 파인텍(전 스타케미칼)의 모회사인 스타플렉스의 한국합섬 인수다.

파인텍과 파인텍노조에 따르면 당시 스타플렉스는 노동자 100여 명을 고용 승계키로 하고 한국합섬을 인수했다. 스타플렉스는 한국합섬의 사명을 스타케미칼로 바꾸고 공장을 가동했다.

하지만 스타플렉스는 2013년 갑자기 경영난을 이유로 공장 가동을 멈추고 폐업을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스타플렉스는 직원들도 대거 정리해고했다. 차광호 지회장 등 일부 노동자들은 스타플렉스가 이익을 챙기고 빠지는 식으로 위장 폐업한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이에 차광호 지회장은 2014년 5월27일부터 2015년 7월8일까지 구미 공장에서 408일간 고공농성을 벌였다. 스타플렉스는 차광호 지회장이 꾸린 노조와 생계와 생활 보장 등을 약속하는 단체 협약을 체결하고 공장을 재가동하기로 합의했다.

노조는 스타플렉스가 충남 아산에 만든 새 법인 파인텍으로 복직해 2006년 1월부터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단체협약이 10개월이 지나도록 체결되지 않자 노조는 그달 파업에 들어갔다. 스타플렉스는 노조의 파업 후 2017년 8월 파인텍 공장에서 기계를 빼냈고 건물의 임대 기간도 연장하지 않았다.

건물주는 파인텍이 있던 공장에 새 사업체를 입주시켰다. 이에 박 사무장과 홍 전 지회장은 파인텍 공장 정상화와 사측의 단체협약 체결 약속 이행을 요구하며 지난해 11월 스타플렉스 사무실이 보이는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올라 농성을 시작했다.

박 사무장과 홍 전 지회장은 “사측은 합의사항을 이행하라”며 “우리 노동자는 일할 권리라는 최소한의 정의를 외치며 위장폐업한 먹튀한 공장을 지키고 길거리를 헤매다가 굴뚝 위에 갇혀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스타플렉스 측은 “당시 파인텍이 매월 30억원 정도의 적자를 봤다”며 “흑자 전환을 기대하던 시기에 연이은 파업으로 경영 상황이 악화돼 폐업할 수밖에 없었다”고 위장폐업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