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베를린구상 최대 위기…김정은·트럼프 직접 대화 촉구(종합)
by김성곤 기자
2018.05.25 06:00:00
트럼프, 김정은에 공개서한 보내 6.12 북미정상회담 취소 통보
22일 한미정상회담·24일 北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이후 예상밖 소식
靑, 북미회담 취소 소식에 당혹…文대통령 NSC상임위원 긴급회의 소집
文대통령 “지금 소통방식으로 어렵다. 정상간 직접 대화 기대”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로드맵의 결정체인 ‘베를린구상’이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을 거쳐 남북미 종전선언과 남북중미 평화협정 체결에 이르는 야심찬 구상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취소 통보로 사실상 좌초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문 대통령의 북미대화 중재 노력도 성공을 장담하기 위한 시험대에 올랐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소식에 청와대는 당혹감에 휩싸였다.
아쉬운 것은 최근 문 대통령의 전방위적인 중재노력이 무위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앞서 남북 고위급회담 취소와 북미정상회담 재고려 발언 등 북한의 대남·대미 강경모드로 한반도 정세는 해빙무드에서 벗어나 시계제로의 상황으로 되돌아갔다. 위기감을 느낀 문 대통령은 1박 4일의 초단기 방미에 나섰다. 지난 22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미정상회담 성공 개최를 위한 긴밀한 공조방안을 논의하면서 급한 불은 껐다. 특히 강경모드를 취해왔던 북한이 24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위한 갱도 폭파를 통해 비핵화의 첫 단추를 끼운 상황에 북미정상회담이 또다시 난기류에 휩싸이면서 한반도 정세는 당분간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 빠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내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예정인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이행시 체제안전 보장과 대규모 경제지원을 언급했다. 선(先)포기·후(後)보상이라는 리비아식 해법에 대한 북한의 반발을 고려해 다소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혀 예상치 못한 결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김 위원장과 싱가포르에서 함께 있기를 매우 기대했지만 안타깝게도 당신이 최근에 성명서를 통해 보여준 극도의 분노와 적대감 때문에 지금 시점에 만남을 가지는 게 부적절하다”며 “이 편지는 미국과 북한 모두에게 이로운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신은 당신의 핵 능력에 대해 말하지만, 우리의 핵 능력은 너무 방대하고 강하다”며 “나는 그것들이 결코 사용되지 않기를 신에게 기도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위원장과의 대화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뒀다. 모든 것은 김 위원장의 의지에 달렸다며 북한에 공을 넘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억류자들을 석방해주고 그들이 가족들과 함께 있을 수 있도록 해준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면서도 “만약 가장 중요한 정상회담과 관련해 마음이 바뀐다면 주저 없이 내게 전화하거나 편지를 보내라”면서 “언젠가 나는 당신을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희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결정이 외신을 통해 긴급 뉴스로 보도되면서 청와대는 패닉에 빠졌다. 특히 한미정상회담 이후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낙관론을 유지해온 탓에 충격은 더욱 컸다. 김의겸 대변인은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뜻이 무엇인지, 그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려고 시도 중”이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후 문 대통령은 24일 밤 11시 30분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와 관련해 청와대 관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들을 긴급 소집했다. 임종석 비서실장, 정의용 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등이 참석했다. 25일 0시부터 1시간 가량 회의를 열린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취소에 대한 유감을 나타내면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대화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우선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된 6월 12일에 열리지 않게 된 데 대해 당혹스럽고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의 중대 분수령이 될 북미정상회담이 무기 연기 또는 취소되면서 한반도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는 포기할 수도, 미룰 수도 없는 역사적 과제”라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당사자들의 진심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표면적으로 나타난 갈등과 대립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해결하는 북미 양국의 의지는 여전하다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급작스런 한반도 정세의 교착국면과 관련해 북미정상간 대화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의 소통방식으로는 민감하고 어려운 외교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북미 외교안보라인간 대화의 한계를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보다 구체적으로 “정상간 보다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로 해결해 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하면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조속한 직접 대화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