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건설이슈]따로 노는 서울 아파트 분양·매매시장

by김기덕 기자
2018.03.24 09:00:00

디에이치자이 개포 등 청약열기 ''후끈''
랜드마크 단지 거래절벽 속 시세도 ‘뚝’
“새 아파트 대기 수요 상당해 열기 이어갈 듯”

△잇따른 정부 규제로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갈수록 위축되는 반면 분양가 제한과 새 아파트 대기 수요가 몰리는 분양시장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물터미널에 마련된 ‘디에이치 자이 개포’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찾은 방문객들이 입장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강남 ‘로또 아파트’ 열풍이 수치로 확인된 한주였습니다. 올해 아파트 분양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디에이치자이 개포’(개포주공8단지 재건축), 논현 아이파크 등 강남권 주요 분양 단지에 수만명의 사람이 몰리며 수십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청약을 마감했는데요. 주변 시세 보다 분양가가 낮아 ‘10만 청약설(청약자 10만명)’이 돌 정도로 관심이 높았던 것을 감안하면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최대 아킬레스건이던 대출 제한(중도금 대출 불가)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하지만 이번 강남 분양시장 청약과열이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으로는 옮겨붙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청약시장에 몰린 자금의 성격(투기성 자금과 안전자산 구매자금)과 매매시장에 유입되는 주택실수요 자금의 성격이 다를 수 있다”며 청약시장과 매매시장이 따로 노는 주택시장 양상이 펼쳐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 놓았습니다.

지난해 고강도 규제에도 철옹성처럼 버티던 강남권 랜드마크 단지들도 최근 한달 새 최대 1억원 가량 시세가 하락했지만, 매매거래 시장은 한산하기만 합니다. 올 들어 재건축 시장 규제(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시행, 안전진단 기준 강화, 이주 시기 조정 등)가 연달아 쏟아지며 주택시장 분위기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4월 양도세 중과 조치를 앞두고 일부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매수자들이 적극적으로 매매시장에 뛰어들고 있지 않아서인데요. 연말까지 대규모 쏟아지는 입주 물량,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 등 추가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및 보유세 강화 리스크 등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도 주택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아 보입니다.



사실 분양시장도 자세히 뜯어보면 서울과 지방 간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는 상황입니다. 실제 최소 분양가가 9억원이 넘는 강남 아파트는 청약자가 넘치고 있지만, 2~3억원대 지방 아파트에는 단 한명의 수요자도 지원하는 않는 등 미달 사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강남 로또 아파트 인기는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로 보여집니다. 재건축 시장 규제로 강남 주택시장에 새 아파트 공급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주택시장 규제로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인데요. 투기적 성격의 자금 뿐만이 아니라 그동안 강남 입성을 기대리던 보수적인 실수요자의 자금도 상당 부분 흘러들어갔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전국적으로 주택시장이 침체된 분위기에서 나홀로 호항을 누리는 서울 분양시장. 다음주에는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 등 강남 외에도 그동안 서울에서 주목받던 알짜 분양 물량이 쏟아질 예정이라 청약 흥행을 이어갈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