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형수 기자
2017.12.23 07:50:36
제넥신 6050억 규모 기술이전 계약…경상 기술료 별도
한독, 제넥신 주가 30% 급등 하루 전 지분 3.35% 처분
계약 이후 매각 땐 제넥신 가치 상승 방해될 뻔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신약 개발업체 제넥신이 약 6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가운데 한독(002390)의 지분 매각 시점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독은 제넥신 지분 3.35%(54만주)를 지난 21일 시간 외 매매를 통해 매각했다. 처분 단가는 5만825원으로 총 274억원을 현금화했다.
한독은 투자원금 회수 목적으로 지분 일부는 처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독은 지난 2012년 9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며 제넥신에 지분을 투자했다. 최초 투자금액은 163억원이었고 2014년에는 전환사채(CB) 전환권을 행사해 지분을 추가했다. 258억원을 투자했고 지분율은 30.53%(222만4500주)로 높아졌다.
이후 제넥신이 지난해 3월 100% 무상증자를 하면서 한독이 보유한 주식수는 444만주 가량으로 늘었다. 전환사채 전환이 이어지면서 지분율은 23.26% 낮아졌지만 최대주주 지위는 계속 유지하고 있다.
한독이 지분 일부를 처분한 다음날 제넥신은 면역치료제 후보물질 ‘하이루킨’(GX-I7)을 중국 바이오기업 ‘아이-맙 바이오파마’(I-Mab Biopharma)에 기술 이전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후 30일 이내에 수령할 수 있는 계약금은 1200만달러(한화 약 130억원), 중국에서 임상 진행 후 단계별로 받을 수 있는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은 5억4800만달러(약 6000억원)에 달한다.
계약금과 향후 임상 단계 성공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마일스톤을 포함하면 총 계약규모는 5억6000만달러다. 최종 임상시험 성공 후 제품 출시에 따른 경상 기술료는 별도 지급된다.
제넥신 주가는 이날 가격 제한폭까지 뛰었다. 전날 종가 5만2800원에서 6만8600원으로 29.92% 급등했다. 한독이 지분 처분 날짜를 미뤘다면 80억원 이상 추가로 현금화 할 수 있었던 셈이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독이 한미약품 사태와 같은 의혹을 받지 않기 위한 결정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현금화 과정이 필요했던 한독이 제넥신 계약체결 이후 지분을 매각하면 다양한 억측이 나올 수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독이 제넥신 지분을 팔고 난 직후에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하면서 다양한 설이 나오고 있다”면서도 “만약 계약 체결 후 지분 매각했다면 제넥신이 기업가치를 재평가받는 데 방해가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으로 신약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은 시기에 지분을 매각했다면 계약 자체에 대한 의혹이 커졌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계약 체결 이전에 지분을 매각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당 이득 비난도 받지 않고 제넥신 주가가 재평가받는 데도 부담이 되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했다.
제넥신에 따르면 하이루킨은 면역세포 성장 및 활성화 물질 ‘인터루킨-7’(IL-7)을 기반으로 암, 감염 질환, 림프구감소증 등의 질환 치료에 쓸 수 있도록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이다. IL-7을 면역항암제와 함께 투여할 경우 강력한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으로 확인했다. 현재 한국에서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다.
계약에 따라 아이-맙은 중국, 대만, 홍콩, 마카오에서 하이루킨의 임상 및 개발 권한과 추후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아이-맙은 중국에서 면역체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이-맙은 면역항암제와 면역염증질환 치료를 위한 신약을 개발하는 중국의 바이오 업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