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非검사 출신..청와대 사정라인은 '공포의 외인구단'?

by이준기 기자
2017.05.18 05:30:00

''교수'' 출신 조국 민정수석 이어 ''감사원'' 국장 출신 공직기강비서관
''검찰개혁'' 의지 명확히 한 文대통령..''돈봉투 만찬사건'' 감찰도 지시

[이데일리 이준기·김영환 기자] 비(非) 검사 출신 민정수석과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 그리고 최고 권력자를 향한 수사로 좌천됐던 전 부장검사 출신 반부패비서관.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얼개를 보면 말 그대로 ‘공포의 외인구단’이 구성됐다는 얘기가 나올 법하다. 주로 ‘쟁쟁한’ 공안검사 출신들이 잇따라 포진해왔던 과거 민정수석실과는 달라도 한참 다르기 때문이다. ‘좌고우면’ 없이 대선 1호 공약이었던 적폐청산, 그중에서도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사정기관 컨트롤타워인 민정수석에 검사 출신이 아닌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기용된 건 이명박(MB)·박근혜 정부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낯선 풍경이다. 두 보수정부 9년2개월 동안 비 검사 출신 민정수석은 한 명도 없었다. 사흘 뒤인 13일 민정수석실 산하 비서관 4자리(민정·반부패·공직기강·법무) 가운데 신설된 반부패비서관에도 이른바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수사로 좌천된 후 지난해부터 변호사로 일해오던 박형철 전 부장검사가 발탁된 점도 눈길을 끈다. 여권 관계자는 “권력기관, 특히 검찰개혁이 더욱 탄력을 받으려면 검찰을 잘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그들의 논리에 동화돼 있지 않은 인물이어야 한다”며 “이 관점에서 박 신임 비서관은 최적화된 인선”이라고 했다. 그는 검찰 재직 당시 ‘면도날 수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정도로 반부패 분야에선 최고의 수사검사로 정평이 나 있는 만큼 공직사회의 ‘반부패 시스템’ 구축 등의 역할을 하게 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에 임명된 박형철 전 부장검사(왼쪽). 청와대는 박 반부패비서관이 2012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하며 윤석열 대구고검 검사(오른쪽)와 함께 권력의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꼿꼿하게 수사를 진행했다고 평가했다. 사진은 2013년 6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최종 수사결과 발표장에서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17일 김종호 감사원 공공기관감사국장의 공직기강비서관 기용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검찰개혁을 염두에 둔 문 대통령의 ‘화룡점정’ 인선”이라고 자평했다. 주로 고위공직자의 인사검증과 감찰은 물론 친인척 관리 등을 담당하는데, 두 보수정권에서는 주로 검찰 출신이 임명됐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법조계 내부에선 나머지 민정이나 법무비서관도 파격적인 인사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 상황으로만 보면 조국의 민정수석실은 철학이 확실한 사람들로 구성될 것”이라며 “무슨 큰일을 낼지 모르는 공포의 외인구단 같은 모습이 될 것”이라고 봤다. 법조계 관계자는 “또 예상 밖의 인사가 등장할 공산이 크다”며 “관전하는 입장에서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김종호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연합뉴스)
이처럼 민정수석실이 체제를 사실상 완비되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세월호 참사, 정윤회 문건 파동에 대한 청와대 자체조사를 통해 검찰을 저강도로 압박해왔던 문 대통령은 이날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간 이른바 ‘돈봉투 만찬사건’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며 마침내 검찰개혁의 신호탄을 쐈다. 대통령 탄핵사태를 몰고 온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적폐청산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최고조에 달한 만큼 정권 초가 검찰개혁 등 문 대통령의 핵심공약을 밀어붙일 절호의 찬스라는 판단에서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돈봉투 만찬사건은 검찰개혁을 주창해온 문 대통령에게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검찰개혁 공약을 발표하면서 “참여정부 시절 정권이 바뀌더라도 (검찰이) 과거로 되돌아가지 않도록 확실하게 제도화하지 못한 것이 한으로 남고 아쉬운 부분”이라며 “정권 초부터 국민염원에 힘입어 강력하게 밀어붙이겠다”고 공언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검찰개혁 관련, “선거가 시작되면 개혁에 아무도 관심이 없기 때문에 내년 6월 지방선거전에 다 해야 한다”며 시한까지 제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