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세형 기자
2014.07.02 08:15:40
[이데일리 김세형 기자]일본이 1일부터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전환했다. 미국은 즉각 환영의 뜻을 표시했고, 중국은 예상대로 반발했다. 우리 정부는 “우리의 영역에 대한 군사활동은 당연히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일본 정부가 집단적 자위권을 제한적으로 인정했다”며 비교적 낮은 수위의 반대 반응을 내놨다.
일본에 문화를 전수해 주고도 고려 시대 이후 수차례 침략을 당하다 못해 나라를 강탈당하기 했던 국민 정서상 우리 정부의 대응은 다소 밋밋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G2가 부딪히는 최접점에 위치해 했고, 정치·경제적으로 어느 쪽도 무시하기 힘든 샌드위치 신세라는 점을 감안해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우리 정부는 3일과 4일 이틀에 걸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방한에서 한쪽을 택하도록 강요받을 수도 있는 궁지에 몰려 있다. 미국이 대놓고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환영하고 있고, 베트남과 필리핀 등 중국 주변국까지 일본 편을 드는 상황에서 중국에게 우리나라는 러시아와 함께 활로를 열 수 있는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북한마저 일본과 친해지려 하는 마당이니 중국에게 한국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덕분에 시 주석은 이번 방한에서 대한민국에 속깊은 호의를 표시하고, 여러 선물을 안겨줄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우선은 한국에 있어 중국은 최대 무역국가라는 점에서 여러가지 경제협력방안이 언급될 수도 있어 보인다. 증시에서는 이미 한중 해저터널 이라든지 한류의 활성화 방안 등이 언급되고 있기도 하다.
이번 시 주석의 방한은 오히려 우리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차원에서 더욱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분명 미국과 중국, 중국과 미국 어느 한 쪽에 쏠리는 외교로는 그야말로 향후 커다란 고난을 예고하는게 될 것이 뻔하다. 한반도가 강대국의 각축장이 된 구한말을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될 듯하다.
반면 스위스나 북유럽 국가들처럼 강대국의 최전선에 끼여 있으면서도 오히려 번영을 누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도 있을 터다. 이번 시 주석의 방한이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정부가 국격을 더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일 미국 증시는 각종 지표 호조 속에 다우존스 산업지수와 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어제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6월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0을 기록, 기준선을 상회하면서 중국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낳게 하고 있다.
세 자릿수가 우려되는 환율, 그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둔화 우려, 당장 코앞에 닥친 삼성전자 2분기 실적 발표 등 여러 걸림돌이 있는 증시다. 미국과 중국의 두 가지 호재를 모두 흡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 주석 방한을 계기로 외국인 투자가가 이런 악재에도 한국에 좀 더 편안함을 느끼면서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는 국가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