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피용익 기자
2013.10.19 10:20:05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총 네 차례에 걸쳐 해외순방을 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을 차례로 찾았고, 최근에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를 대상으로 한 ‘세일즈 외교’에 주력했다. 다음 달에는 영국, 프랑스, 벨기에 등 서유럽 순방에 나선다.
대통령 해외순방은 종종 한 편의 ‘영화’에 비유된다. 시나리오와 조명, 카메라, 소품, 편집 등의 요소가 어우러져야 영화가 제작되듯 세부 일정과 이동, 출입국, 경호, 의전 등이 완벽한 조화를 이뤄야 해외순방이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요소가 착착 맞아떨어지기 위해선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치밀한 계획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각각의 해외순방에는 군사작전을 떠올리는 ‘코드명’이 따라 붙는다. 정보가 외부로 새지 않게 하기 위한 일종의 보안 장치로, 주로 3~4 음절의 부르기 쉽고, 적절한 의미가 담긴 용어가 활용된다.
박 대통령의 5월 미국 공식실무방문 코드명은 ‘새시대’였다. 취임 후 첫 순방인 만큼 ‘국민 행복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6월 방중을 앞두고 코드명인 ‘서해안’이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청와대는 다른 명칭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의 해외순방 중 가장 유명한 코드명은 ‘국화행사’다. 1983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남아·대양주 5개국과 브루나이 순방을 앞두고 이 같은 코드명이 지어졌으나 ‘아웅산 테러’ 사태로 전면 취소됐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조화로 많이 쓰이는 국화를 코드명으로 사용한 것이 비극으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해외순방 때 의전 및 경호 담당자가 가장 먼저 협의하는 것은 ‘모터케이드’다. 대통령의 차량 이동시 구성되는 오토바이와 차량의 행렬을 뜻한다. 보통 10~15대가 행렬을 이루지만, 미국의 경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인 35대를 동원한다.
그러나 아무리 신경을 써도 돌발 변수는 생기기 마련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도착했을 때 퇴근 시간 교통체증으로 인해 모터케이드 행렬이 한 때 서행하자 수행원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다양한 요소에 각종 변수까지 챙겨야 하는 해외순방에는 비용도 적지 않게 든다.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지난 5월 미국을 공식 실무방문했을 때 사용한 경비는 33억3000만 원 가량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5년 동안 49회에 걸쳐 84개국(43개국은 중복)을 방문하면서 1200억 원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1회당 평균 24억5000만원, 1개국당 평균 14억3000만원 정도 들어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