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건설시장에 무슨 일이

by윤진섭 기자
2009.03.17 08:23:50

중동지역 대형 프로젝트 취소·연기 줄이어

[이데일리 윤진섭기자] 중동 건설시장이 심상치 않다. 경기 침체와 유가 하락을 이유로 대형 프로젝트를 취소하거나 발주 자체를 연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중동 건설시장은 그동안 국내 건설업체들의 활로를 열어준 곳이다. 이런 점에서 중동지역 내 대형 프로젝트 취소나 연기는 자칫 국내 건설사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16일 AP통신은 쿠웨이트 국영정유회사(KNPC)가 지난해 발주한 알주르 제4정유공장 신설 프로젝트(NRP) 4개 패키지 공사를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알주르 NRP는 총 140억 달러짜리 초대형 프로젝트로 작년 5월 국내업체 4곳과 일본업체 1곳이 80억달러에 달하는 공사를 따낸 바 있다. 국내업체 수주액은 GS건설(006360) 20억달러, SK건설 20억6000만달러, 대림산업(000210) 11억8000만 달러, 현대건설 11억2000만달러 등 모두 63억6000만 달러이다.

그동안 쿠웨이트 의회는 발주처인 쿠웨이트 국영정유사(KNPC)가 국내업체들과 맺은 계약 조건 중 '코스트 앤 피`방식이 쿠웨이트에 불리하다며 재입찰을 요구해왔다. 결국 작년 말 쿠웨이트 감사원 조사 결과 발주처인 KNPC가 발주 과정에서 쿠웨이트 중앙입찰위원회(CTC)에 사전고지를 하지 않는 등 절차상의 문제점이 발견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고, 사업 자체가 취소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쿠웨이트 석유회사(KOC)가 당초 지난 10일 발주할 예정이었던 알주르 정유공장 원유 파이프라인 프로젝트(18억달러)도 연기된 상태다.
 
롯데그룹 계열 호남석유(011170)화학과 카타르 석유공사가 추진해왔던 20억 달러 이상 규모의 석유화학 프로젝트도 당초 지난 1월 사업자 선정에서 내년 1월로 1년간 연기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호남석유화학이 최소 인력을 제외하고 철수한 상태여서 내년 1월에도 사업자 선정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 사업에는 삼성엔지니어링, GS건설, 현대건설이 각각 독일 린데, 미국 KBR, 일본의 도요엔지니어링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지역에서도 사업자 선정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두바이 수전력청은 내달 12일 하씨안 발전 및 담수 2단계(P2) 프로젝트의 입찰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전격적으로 9월8일로 5개월 연기했다. 이 프로젝트는 총 40억달러를 투자해 1500MW의 발전소와 하루 1억 갤론의 담수공장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당초 두산중공업(034020)이 최저가 제시업체로 선정됐으나 협상 끝에 재입찰이 결정돼 현재 두산중공업, 현대중공업, 현대건설 등이 사업 참여를 준비 중이다.
 

 
두바이 국영개발업체인 이마르(Emaar)사는 버즈두바이 빌딩 주변에 건설키로 했던 초고층 빌딩 건립계획을 취소했다. 이 프로젝트는 버즈두바이 주변에 90층 규모의 빌딩 4개를 건립하는 것으로 국내에선 삼성물산(000830) 건설부문이 시공사로 참여를 검토했었다.  

중동지역 내 대형 프로젝트가 잇따라 취소되고나 연기된 데는 유가하락이 가장 큰 이유다. 작년 7월 배럴당 147달러까지 폭등했던 유가는 현재는 40달러 선으로 크게 하락했다.

결국 고유가를 바탕으로 대형 프로젝트를 발주하던 중동국가들이 경기침체를 이유로 프로젝트 금액을 조정하거나 선별 발주로 입장을 바꾸면서 프로젝트 취소와 연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