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 세무조사 비협조시 한달 1.5억 이행강제금…국회가 ‘걸림돌’
by김미영 기자
2025.01.07 06:30:00
‘이행강제금 도입’ 국세기본법안, 작년 말 여야합의
강민수 청장, 사활 걸고 추진해 ‘성과’
1일 최대 1000만원→500만원…강제금 수위 낮춰
법안의결 남았는데…정치적 혼란에 뒷전
국내기업 우려에…국세청 “기우”
[세종=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구글과 애플, 넷플릭스 등 다국적 기업의 세무조사 자료제출 거부에 철퇴를 가하는 이행강제금 도입이 정치적 혼란에 발목이 잡혔다. 여야는 이행강제금 도입 법안에 합의하고 수정 법안까지 마련했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후 상임위원회가 정상가동하지 않으면서 법안 처리 시기가 불투명한 상황이어서다.
6일 국세청과 국회 등에 따르면 여야는 이행강제금 도입을 골자로 한 국세기본법 개정안에 잠정 합의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0월 대표 발의한 법안을 같은 해 11월 말 조세소위에서 심사하면서 수정했다.
여야가 합의한 법안은 국세청의 제출 명령에도 불구, 자료 제출을 하지 않은 기업엔 1일당 평균수입금액의 0.3% 범위에서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평균수입금액이 없거나 산정이 곤란한 경우엔 1일당 500만원의 범위에서 이행강제금을 부과토록 했다. 기존의 송 의원 법안은 ‘1일당 1000만원 범위’로 정했지만, 여야 합의를 통해 절반으로 낮췄다. 이에 따라 평균수입금액 산정이 곤란한 기업이 한 달 동안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버틴다면 최대 1억 50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물어야 한다.
여야는 또한 이행강제금 부과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지방국세청에 이행강제금심의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을 법안에 새롭게 담았다. 위원장을 포함한 20명 이내 위원이 이행강제금 부과의 적절성을 따지도록 할 방침이다.
이행강제금 제도는 세무조사 때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는 기업들을 제재하기 위한 수단이다. 현재 국세청은 세무조사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하면 최대 50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지만, 반복 부과는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특히 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은 법인세 등과 관련한 자료가 본사에 있어 제출하기 어렵다면서 과태료 5000만원만 내고 최대 수천억원에 달하는 과세를 피해 간다는 지적이 많았다. 국세청 한 관계자는 “외국기업에 세무조사를 나가 자료를 요구하면 ‘과태료 낼게요’하고 버틴다”며 “세무조사를 대하는 태도와 방식이 한국 기업들과 전혀 다르다”고 했다.
국세청은 이러한 다국적 기업의 행태에 대응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이행강제금 제도를 벤치마킹하는 강수를 뒀다. 특히 지난해 7월 취임한 강민수 국세청장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면서 같은 해 국회 법안 발의까지 성과를 냈다. 강 청장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도입을 앞두고 있다”며 “이제는 자료 제출을 지연하고 고의로 조사를 방해하는 행위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법안은 공포 후 6개월 뒤부터 이행강제금 제도를 시행토록 규정하고 있다. 12·3비상계엄 사태가 없었다면 작년 12월 내 법안 처리, 올해 7월 공포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1월 임시국회가 열렸음에도 상임위가 사실상 개점휴업하며 법안 처리와 제도 시행 시기는 차일피일 미뤄지는 중이다. 기재위는 애초 오는 7일, 9일 잇달아 조세소위와 전체회의를 열고 심사를 마친 법안을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탄핵정국 속에 일정들은 모조리 취소됐다. 기재위 한 관계자는 “상임위가 언제 가동할지 알 수 없다”고 했다.
한편 국세청의 강제이행금 도입에 국내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국적 기업을 겨냥한 제도라고 해도 국내 기업들이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단 판단에서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국내 기업에만 엄하게 적용되는 건 아닐지 우려를 담은 의견서를 작년 7월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국세청 측은 “국내 기업들이 세무조사에 비협조하는 사례는 사실상 전무하다”며 “기우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