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러는 거죠?" 암 치료라더니 '슈링크', 염좌라더니 '피부시술'[보...

by유은실 기자
2024.07.06 08:11:00

광주 양·한방병원의 수상한 협진치료
약 2년간 200여명 보험금 편취액 8억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피부관리는 필수~ 찰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A씨는 항암 치료 후유증 치료를 받고 보험사에 실손보험금 400만원을 청구했다. 치료비와 입원 일당 명목이다.

그러나 알고 보니 A씨는 병원에 입원한 사실이 없었다. 해당 병원에서 받은 치료도 ‘암 치료’가 아닌 피부과에서 핫한 ‘슈링크 시술’이었다. 슈링크는 불필요한 지방은 녹이고 늘어진 피부조직은 쫀쫀하게 수축시켜 주는 피부 시술 중 하나다.

B씨 역시 인대 손상으로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사실은 피부 시술을 받았다. A씨와 B씨는 모두 광주의 양·한방 병원 환자다.

해당 병원은 A·B씨와 같이 환자가 병원에 오면 100만원대 피부 미용 패키지를 시술했다. 슈링크부터 레이저 토닝까지 다양한 시술을 조합해 세트(set)로 판매하기도 했다.



이 병원 시술은 대부분 ‘피부’를 위해 진행했지만, 보험금 청구 서류엔 염좌치료, 디스크치료, 도수치료, 암치료 등이 적혔다. 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다.

병원이 임의로 비급여 항목에 대한 치료비를 책정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린 전형적인 보험사기다. 또 통원치료보다는 입원치료비의 단가가 높다는 점을 이용해, 입원하지 않은 환자에게 입원 서류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입원 일당으로 더 많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서다.

이러한 병원의 비급여 사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덜미가 잡혔다. B씨가 병원 입원 기간 동안 자신의 SNS에 올린 피부시술 관련 인증샷 때문이다. 양·한방 협진병원으로 등록된 병원의 SNS도 양방치료나 한방치료가 아닌 피부과 시술 광고로 도배돼 있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보험사 직원이 보험사기 혐의 조사에 착수하면서 병원의 사기극도 끝을 맺었다. 경찰과 보험사 조사부에 따르면 2019년 4월부터 약 2년간 환자 208명이 편취한 보험금 규모는 8억원가량이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의사도 처벌을 면치 못했다.

은 보험사기의 행태를 통해 사회의 ‘온’갖 아픈(‘병’든) 곳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보온병처럼 세상에 온기를 불어넣어주는 따뜻한 보험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