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재명 구속기각' 굴욕, 송영길로 설욕할까[검찰 왜그래]

by이배운 기자
2023.12.16 09:09:09

''수사 정당성'' 놓고 검찰-민주당 신경전 ''팽팽''
''돈봉투 의혹'' 宋 구속심사…중대 승부처 될듯
''이재명 구속 기각'' 유창훈 영장전담판사 심리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핵심 피의자인 송영길 전 대표의 운명이 내주 결정됩니다. 송 전 대표와 악연으로 맺어진 검찰 역시 손에 땀을 쥐고 송 전 대표의 운명을 지켜볼 전망입니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오는 18일 오전 10시 송 전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합니다. 앞서 검찰은 송 전 대표에 대해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당사자인 송 전 대표뿐만 아니라 검찰에게도 이번 구속심사는 의미가 각별합니다. 지난 9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으로 구겨진 체면을 만회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당시 검찰은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제1야당 대표 구속을 시도하는 강수를 뒀습니다. “무리한 야당 탄압 정치 수사”라는 민주당의 맹공에도 검찰은 혐의 입증을 자신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 연단에 서서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은 누가 억지로 시킨 것도 아니었다”며 이 대표를 구속 심사대로 밀었습니다.

그러나 심사를 마친 법원은 “방어권 보장이 필요해 보인다”며 이 대표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맹렬한 기세로 수사를 펼치던 검찰은 몸을 잔뜩 움츠릴 수밖에 없었고, 수사를 대변한 한동훈 장관은 야당 탄압에 일조했다는 책임론에 휩싸였습니다.

이 여세를 몰아 민주당은 한 장관 탄핵론을 본격적으로 띄우기 시작했고, 검사 탄핵안까지 통과시키며 검찰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습니다. 검찰은 이 대표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지만, 실제 유무죄 확정판결이 나오기까진 최소 2년 이상의 길고 지루한 법정 다툼이 예상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송 전 대표 구속은 검찰이 체면을 살리고 현재 진행 중인 야권 비리 수사의 동력을 회복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또다시 영장이 기각되면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 여론이 들불처럼 번지고, 민주당 내부 논의에 그쳤던 이원석 검찰총장 탄핵론이 본격화될 수도 있습니다. 심사 결과가 나오는 순간, 검찰과 송 전 대표 둘 중 한쪽은 반드시 치명타를 입게 되는 셈입니다.

돈봉투 의혹이 최초로 불거진 당시 송 전 대표는 범죄사실 일체를 부인하며 무죄를 호소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엔 “검찰이 과도하게 인력을 투입해 수사할 사안인지 의문”, “당내 잔치인 당직 선거는 자율성이 존중되는 영역”, “이게 무슨 중대 범죄냐”며 수사의 정당성을 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돈봉투 살포 사실 자체를 부정하긴 어렵다고 판단해 방어전략을 바꿨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먼저 구속되고 재판에 넘겨진 사건 관계자들은 송 전 대표에게 불리한 법정 증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일례로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은 ‘형사적 책임은 총괄라인인 송 전 대표가 져야 한다’며 돈봉투 살포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아울러 돈봉투 자금 조달책으로 지목된 사업가는 “경선 캠프 해단식 당시 송 전 대표가 ‘여러 가지로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송 전 대표도 돈봉투 조성 과정 전반을 파악하고 있었음을 뒷받침할 진술입니다.

검찰 관계자 역시 “자신의 정치적 지위를 이용해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선거인 매수에 활용한 중대 범죄”라며 “혐의에 대해서는 저희가 촘촘하게 다 확인을 했다”고 수사 성과에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변수가 생겼습니다. 지난 9월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이번 송 전 대표 구속심사도 맡게 된 것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법적 절차에 따라 심사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의연하게 말했지만, 내심 9월의 악몽 같았던 기억을 떨쳐내기는 쉽지 않을 듯 합니다.

앞서 유 부장판사는 이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공인으로 분류되는 송 전 대표에게도 비교적 유리하게 해석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다만 유 부장판사는 돈봉투 의혹의 핵심 관계자인 강래구 전 감사위원, 송 전 대표의 전 보좌관 박모 씨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던 만큼 섣부른 불신과 속단, 비난은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구속과 기각 어느 쪽 결정을 내려도 유 부장판사는 반대편으로부터 욕을 들을 수밖에 없다, 판사도 참 못 할 일”이라고 쓰게 웃으면서도 “여러모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만큼 사안을 객관적으로 잘 살피고 법에 따라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