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사태 이후 금융시스템 위기 가능성↓…증시 구조적 문제는 유의"

by이은정 기자
2023.03.13 07:47:50

하나증권 보고서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으로 인해 금융 시스템 위기가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주식시장에서 다시 구조적 문제점이 부각될 수 있다는 증권가 의견이 나왔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13일 “미국 시중금리가 원하지 않았던 이유로 하락했다”며 “미국 2월 고용시장은 실업률 상승, 임금 상승세 둔화, 경제활동참가율 상승 등 노동력 공급 확대가 부각됐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은행(SVB) 폐쇄가 보다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상황이 전체적인 금융 시스템 위기로 전이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다”고 짚었다. 연방예금공사(FDIC)의 대응으로 13일부터 SVB은행 고객들은 예금보험 한도(25만달러) 내에서 예금 인출이 가능하다. 미국과 유럽 주요 시중은행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100%를 상회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하이일드 금융섹터 신용 스프레드가 510bp(1bp=0.01%포인트)와 695bp로 상승했지만, 2022년 10월 크레딧스위스 위기 발생 당시 고점보다는 낮다는 설명이다.

또 SVB는 순수익에서 순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72%로 절대적으로 예금과 대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은행이다. 2022년 SVB의 이자비용은 무려 전년 대비 980%나 급등했다. 이 연구원은 “물론 여타 은행들도 금리 상승으로 인해 이자 비용이 증가하긴 했지만, SVB와 비교될 정도는 아니다”며 “고금리로 유치된 예금이 대출이나 이자외수익 창출로 이어지지 못한 SVB만의 비효율적인 사업 구조 문제로 국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서는 다시 한번 구조적인 문제점이 부각될 수 있다고 봤다. 이 연구원은 “현재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는 이미 너무 높은 수준에 있고, 향후 기준금리도 지금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며 “미국 장단기금리차(10년-2년물 국채금리)는 9개월 연속 보기 드물게 장기적인 마이너스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단기금리차 역전 국면에서 기업 마진 하락과 설비 투자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커진다”며 “S&P500과 코스피의 영업이익률과 CAPEX증가율은 2022년 이후 여전히 하락세”라고 덧붙였다.

다만 모든 기업들이 금리가 상승했다고 방어적인 전략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라고도 분석했다. 대표적인 고물가와 고금리 시대였던 1980년대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글로벌

인수합병(M&A)이 가장 크게 성장했던 시기였단 평이다. 1980년대 글로벌 M&A 금액은 연 평균 94%, 거래 건수도 39%나 증가했다. 1980년대엔 M&A 금액이 거래 건수 대비 증가율이 높았다.

이 연구원은 “지금도 기업들은 생존 전략으로 M&A와 같은 방식을 고민할 수 있는 시기”라며 “축적된 현금 또는 잉여현금흐름이 많은 기업들 중에서 매출액 대비 시설투자 비율 또는 ROE가 낮아지면서 사업 구조에 변화가 필요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M&A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