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지원금 오늘 격돌…“전국민 20만원씩” Vs “80% 선별해야”

by최훈길 기자
2021.07.08 08:00:00

김 총리 국회 시정연설 이후 여야 추경안 심의
홍남기 “80% 선별지원…한정된 재원 효율적으로”
이재명 “부자가 죄인 아냐…차별 없이 20만원씩”
23일 처리, 90%까지 지급 중재안 타협 가능성도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국회가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긴급재난지원금)을 본격 심의한다. 재정당국은 소득 하위 80%까지 선별지원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정치권에서는 소득 하위 90%나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방안이 제기된다. 야당은 불필요한 예산 삭감도 벼르고 있어 여야 간 진통이 예상된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방인권 이데일리 기자·연합뉴스)
8일 국회에 따르면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10시 본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시정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후 여야는 상임위원회별로 예비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여야는 오는 23일까지 33조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김부겸 총리는 지난 7일 방송 인터뷰에서 “‘가장 힘든 분들한테는 조금 더 두텁게 지원하려고 하면 한 80% 정도 선에서 국민들이 조금 양해해 주시지 않을까’ 하는 그런 입장에서 정부가 예산을 짜서 국회에 넘겨놨다”며 “이제 저희들 손에서는 이미 떠나서 국회에 가 있다”고 말했다.

데드라인이 정해졌지만 순조롭게 통과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추경에 반영된 10조 4000억원 규모의 국민지원금을 놓고 당정 간 이견이 불거지고 있어서다. 기재부는 지난달 당정협의 결과에 따라 소득 하위 80%에 1인당 25만원 씩 국민지원금을 지급하자는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한정된 재원으로 효율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전 국민 지원 방안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지난 7일 의원총회에서 안도걸 기획재정부 2차관에게 추경안을 보고 받았다. 이어 전 국민 보편 지급을 주장하는 최배근 건국대 교수, 선별 지원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이상이 제주대 교수 등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들었다.



10명이 넘는 의원들이 의총에서 자진해 발언했다.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되 금액에 차등을 두자는 주장, 신용카드 캐시백(상생소비지원금)이 아닌 지역화폐 지원으로 전환하자는 주장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대체적으로 ‘소외감 없이 가야 한다’, ‘국민이 납득 가능한 수준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라고 전했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6일 페이스북에 “부자가 죄인은 아니다. 세금은 더 많이 내는데, 위기 상황에서 국가 지급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이중 차별”이라며 “재난지원금 지급을 소득 하위 80%에 대해 25만원 한다는데, 재원 부족이 문제라면 차라리 전 국민에 차별없이 20만원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당정이 80%와 전 국민 사이에서 논쟁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 안팎에선 소득 하위 90% 선에서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형평성 문제가 논란”이라며 80%, 90% 지급 방안을 동시에 거론했다. 20%를 배제하면 민주당 추산으로 440만 가구가 국민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같은 배제 인원을 줄이면서 당정이 적절히 타협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다만 여당 의견대로 90%로 대상을 확대하더라도 ‘제2의 아동수당 사태’가 우려된다. 앞서 정부는 2018년에 소득 하위 90%까지만 아동수당을 지급하려고 했다. 하지만 사회적 반발, 과도한 행정 비용 문제가 불거지자 계획을 백지화하고 모든 아동으로 정책을 수정했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재정·정책연구실장은 “한계가 있는 건보료 잣대로 선별할수록 소모적 논쟁만 끝없이 반복될 것”이라며 “논란을 줄이려면 전 국민에게 지급하고 내년에 연말정산, 종합소득신고 과정에서 고소득자에 대한 단계별 환수를 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2차 추경안에 포함된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긴급재난지원금) 개요. (자료=기획재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