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피해자에 “좋은 냄새 난다 킁킁·혼자 있어?”
by정시내 기자
2021.03.19 07:42:47
[이데일리 정시내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을 직권조사한 국가인권위원회가 피해자인 A씨의 주장 중 일부를 사실로 인정했다.
18일 추가 공개된 인권위 직권조사 결정문에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성희롱 사실이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인권위는 2016년 7월~2020년 2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A씨에게 텔레그램으로 “좋은 냄새 난다, 킁킁” “혼자 있어? 내가 갈까” “늘 내 옆자리에서” 등 부적절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인정했다.
또 박 전 시장이 러닝셔츠를 입은 셀카 사진과 여성의 가슴이 부각된 이모티콘 등을 A씨에게 보낸 것과 네일아트한 A씨 손톱과 손을 만진 것도 사실로 인정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내실에서 A씨에게 “안아달라”고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상당히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했다.
| |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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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A씨의 정신과 상담 기록지에는 “집에 혼자 있어? 내가 갈까? 나 별거 중이야”, “성행위를 알려주겠다” 등의 내용도 담겨있었지만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참고인들이 A씨로부터 “(박 시장이) 오늘은 비밀채팅 거셨더라고요, 이상하긴 하지만...”, “시장님이 저를 여자로 보시는 것 같다”는 등의 말을 들었다고 진술한 것도 확인했다.
인권위는 “박 시장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임을 고려해 다른 성희롱 사건보다 사실인정 여부를 좀 더 엄격하게 판단했다”며 “심기와 컨디션을 보살펴야 하는 비서 업무의 특성상 상사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그 상황을 모면하는 것이 직급이 낮은 여성 비서로서는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의 행위는 피해자에게 마음의 상처, 분노, 불안,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인권위 직원조사 결정문에 누리꾼들은 “주고받은 문자 다 공개하라”, “어떻게 딸 같은 여성에게 인간으로서 못 할 짓을 했는지. 속죄나 하시길”,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진짜 소름이 돋는다”, “범죄가 멀리 있는 게 아니기에 이런 사례들을 계기 삼아 스스로, 또 서로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