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매출 비중 10%대… 3분기 호실적에도 갈 길 먼 오뚜기

by김무연 기자
2020.12.08 05:30:00

3분기 매출액·영업익 전년 대비 크게 늘어
해외 매출 비중, CJ제일제당 53%·삼양식품 60% 수준
''착한 기업'' 이미지도 운신 폭 좁혀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오뚜기가 코로나19로 늘어난 ‘집밥족’에 힘입어 3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갔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다만 오뚜기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내수시장이 정체한 상황에서 해외매출 비중이 경쟁사에 비해 낮고 ‘갓뚜기’(갓(God·신)+오뚜기)라 불리는 ‘착한 기업’ 이미지도 기업의 운신폭을 좁히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수혜가 사라질 경우를 대비해 다양한 대비 전략이 필요하지만 오뚜기의 경우 변화의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다.

오뚜기 CI(사진=오뚜기)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6813억원, 영업이익 596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4.1%, 62.8% 늘어난 수치다. 코로나19 영향이 지속되는 가운데 라면뿐 아니라 업소용 유지류 등 외식 관련 식자재 매출이 크게 증가한 점이 주효했다. 3분기 가정용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대 증가, 업소용 매출은 6%가량 늘었다.

해외 수출도 조금씩 늘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해외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가량 증가했다. 다만 여전히 오뚜기의 매출 비중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10% 남짓에 불과하다. 라면 시장 경쟁사인 농심과 삼양식품이 각각 전체 매출의 30% 이상, 60%가량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것과 비교하면 한참 낮다.

농심은 지난 3분기 해외 법인 매출 비중은 중국·미국·일본·호주 법인 매출 확대로 전년 동기 24.2%에서 25.5%로 1.3%포인트(p) 높아졌다. 국내 법인의 해외 수출액을 더하면 해외 시장의 매출 비중이 30%를 웃돌 것이란 설명이다. 삼양라면 또한 지난 3분기 해외 수출 비중이 60% 가까운 수준까지 확대했고, 팔도 또한 라면 매출 가운데 절반 가까이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종합식품기업인 CJ제일제당과 비교해도 해외 매출 비중이 낮은 편이다. CJ제일제당의 지난 3분기 가공식품 매출액 1조9182억원 중 해외 수출 및 해외 법인 매출은 1조204억원으로 약 53.2%가 해외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2019년 식품업체 매출 중 해외비중
이렇듯 식품사 대부분이 해외시장에 집중하는 까닭은 국내 식품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라면 시장이 대표적이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 소매점 매출액은 2조830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 1조9728원에서 5.6% 늘어난 데 그쳤다.

반면 라면 수출액은 급격히 증가했다. 2016년 2억9034만달러(약 3231억 원) 수준이던 라면 수출액은 지난해 4억6700억달러(약 51987억)로 59% 급증했다. 이미 올해 10월까지 라면 수출액 5억420만달러(약 5613억원)를 기록해 전년 전체 수출 규모를 넘어섰다. 내수시장만으로 지속 성장을 꾀하기엔 한계에 봉착한 셈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해외 매출은 매년 20~30%씩 증가하는 추세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고 보기 어렵다”라면서 “현지 한인 마켓 등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이어 나가면서 해외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했다.

다시마 2장을 넣어 출시한 ‘오동통면’.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SBS ‘맛남의 광장’에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통화해 다시마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사진=오뚜기)
여기에 ‘갓뚜기’ 이미지도 운신의 폭을 좁힌다는 지적이다. 오뚜기는 10년 가까이 대표 메뉴 ‘진라면’의 가격을 동결하고 지분 상속을 합법적으로 진행해 착한 기업 이미지를 쌓았다. 이를 눈여겨본 청와대는 지난 2017년 기업인과의 대화에 함영준 오뚜기 회장을 초대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수산 어가를 돕기 위해 다시마를 추가 매입해 화제를 모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외적으로 긍정적인 이미지가 기업 경영에 항상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현재 진라면과 즉석밥인 ‘오뚜기밥’의 경우 타사 경쟁 상품보다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그럼에도 착한 기업 이미지 탓에 가격을 올리기 어렵고, 자칫 경영상 도덕적인 문제가 생길 경우 타격은 여타 기업에 비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착한 기업으로 이미지가 고착화되다 보면 전략적으로 판단해야할 여러 상황에서도 주변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해야해 경영에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다만 최근 경영 트렌드가 사회적 가치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윤리적 브랜드 마케팅을 장기적으로 하다 보면 주가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