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최소현 퍼셉션 대표 "코로나 시대, 브랜드가 생존 가른다"
by함지현 기자
2020.10.14 05:30:00
"위기일수록 '나다움' 갖춰야…껍데기보다 존재 이유 중요"
18년 동안 브랜드 경험 설계…스토리 입혀진 디자인 추구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 '할리스'…"매력적 브랜드"
| 최소현 퍼셉션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퍼셉션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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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함지현 기자]“코로나 시대에는 브랜드 존재 이유를 설득해야 생존할 수 있다.”
어려움에 몰릴수록 사람들은 위험부담을 감수하기보다 좀 더 믿을 수 있는 곳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바꿔말하면 자신만의 정체성을 갖지 못한 곳은 위기일수록 더 큰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수많은 브랜드 경험을 설계해 온 최소현 퍼셉션 대표는 지난 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직면한 지금 같은 위기 상황일수록 ‘브랜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멋있는 이름과 그럴싸한 로고로 누군가를 현혹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구찌는 누가 봐도 구찌 같고 무지는 어떻게 만들어도 무지다운 것처럼, 브랜드의 이름을 가리고 봐도 알아볼 수 있는 철학과 정체성이 확실히 담겨 있어야 자신을 선택해 달라고 설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 대표는 “생존과 본질이 중요하지 브랜드가 뭐가 중요하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브랜드를 껍데기로 보는 것”이라며 “‘나다움’, ‘우리다움’이 담기도록 이름을 짓고 철학을 담아 어떻게 성장할지를 다뤄야 하는 것이 진정한 브랜드이고 브랜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하나의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이러한 과정이 아이의 성장과 닮아있다고 말한다.
2002년 회사 창립 이후 만 18년 동안 퍼셉션을 이끌어 온 최 대표는 눈에 보이는 껍데기보다 브랜드 철학을 담은 가치를 찾도록 돕는 역할을 해 왔다. 퍼셉션을 ‘브랜드 전략을 만들고 브랜드 경험을 디자인하는 크리에이티브 컨설팅 회사’라고 소개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창업 당시만 해도 디자인을 하는 회사에서 컨설팅까지 맡는다는 것은 다소 생소한 개념이었다. 하지만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스토리가 온전히 입혀진 디자인을 하겠다는 그의 신념은 확고했다. 클라이언트의 고민을 초기 단계부터 함께 진단하면서 해법을 제시했다.
점차 다양한 방면에서 의뢰가 들어왔다. 기업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그를 찾았다. 세운상가 재개장과 서울시 수도요금 고지서 개선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2017년에는 디자인 기업의 롤 모델을 제시하고 해외 디자인 컨설팅 시장을 적극 개척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 표창도 받았다. 다음 해 퍼셉션은 서울형 강소기업으로도 선정됐다. 최근에는 플레이스캠프제주와 음악 전문 스타트업 스페이스오디티 브랜딩에 참여했다.
| 퍼셉션이 브랜딩한 할리스커피 커피클럽 센터포인트점(왼쪽)과 할리스 로고.(사진=할리스커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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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브랜드를 재탄생시킨 최 대표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를 물었다. 그는 주저 없이 할리스커피를 꼽았다. 3년 반 동안 함께했던 사람들, 진행 과정이 인상 깊었고 무엇보다 이제는 누구나 알고 있는 ‘자랑스러운 브랜드’가 됐다는 이유에서다.
2012년 당시 할리스로부터 의뢰를 받은 이후 그의 첫 질문은 “디자인만 바꾸겠느냐”였다. 언제나 그랬듯 브랜드 로고 디자인만 바꾸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다행히 전방위적인 시스템을 모두 바꿀 의향이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처음 할리스와 작업을 시작할 당시 로고는 복잡했고 매장도 제각각이었다. 커피 회사라고 했는데 가장 유명한 메뉴가 고구마라떼일 정도였다. 최 대표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다 안타까웠다”고 했다. 다만 커피에 대한 본질은 과할 정도로 잘 돼 있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2009년 업계 최초로 자체 로스팅 센터를 꾸렸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그는 소비자 조사를 통해 할리스만의 빨간색을 살리기로 결정했다. 심볼 모습·서체 모두 바꿨다. 들어오고 싶은 공간으로 꾸미기 위해 문도 ‘할리스 레드’로 통일했다. 단, 모든 매장 외형을 일원화하지는 않고 주변 상황에 맞춰 가장 들어오고 싶은 모습을 선택할 수 있도록 여러 모델도 메뉴얼화 했다. 과함은 빼고 강조할 것만 살렸다.
할리스를 주로 이용할 ‘이고은’이라는 페르소나도 설정했다. 당시에는 조금 생소할 수 있었던 가치소비를 즐기는 전문가를 모티브로 삼고 그의 라이프스타일 속 다양한 카페의 모습을 기획했다. 고은이가 학교 갈 때 들리는 대학가 매장에는 혼자 공부하기 좋도록 1인 좌석을 놓고, 언니를 만나러 가는 주택가 매장에는 베이비체어를 놓는 식이었다
누굴 위해 무엇을 할지가 정해지니 나머지는 일사천리였다. 로고부터 매장, 굿즈 디자인, 할리스의 이미지까지 모든 게 바뀌었다. 할리스의 변화는 곧 성장으로 다가왔다. 당시 200개에 못 미치던 매장은 560개까지 늘었고 2013년 685억원이던 매출도 지난해 1650억원까지 급증했다.
|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최소현 퍼셉션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퍼셉션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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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는 지금도 자신이 할리스라는 브랜드를 다시 만들면서 구상했던 이미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 올라오는 할리스의 모습을 비교하곤 한다. 둘 사이에 차이가 없이 잘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그는 “사람들은 늘 새로운 공간을 찾고 젊은 사람들은 집이 좁아지니까 내 공간이 없어서 자꾸 카페라는 대안공간으로 나온다”며 “할리스는 로컬 브랜드로서 고객을 중심을 두고 정교하고 섬세하게 노력해왔다는 점에서 고객들이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느낄 것이다. 앞으로도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최 대표에게 향후 목표를 물었다. 그는 “앞으로 디자인이 갖는 힘이 더 커지고 중요해질 것이라고 본다”며 “지금까지 해온 대로 퍼셉션을 잘 키워내 ‘문제 해결을 잘 해낸다’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서 “개인적으로는 ‘군자삼변(君子三變)’이라는 말을 좋아한다”면서 “멀리서 보면 엄숙하고 가까이서 보면 따뜻하며 말을 들어보면 논리적인 좋은 어른이 되는 것이 개인적인 꿈”이라고 덧붙였다.
| 최소현 퍼셉션 대표가 디자인한 것들. (시계 방향으로)CJ 블로섬파크, 세운상가 리뉴얼 디자인 컨설팅 전과 후, 서울시 수도요금고지서 개선.(사진=퍼셉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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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서울 출생 △서울 예술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산업디자인 학사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문학 석사 △삼성디자인멤버십 △삼성전자 소프트웨어센터 UI 팀 △프리챌 디자인사업본부장 △2002년 퍼셉션 설립 △서울여자대 언론영상학부 겸임교수 △건국대 산업디자인과 출강 △청와대 대통령실 PI 자문위원 △디자인코리아 국회포럼 디자인 연구위원 △한국디자인기업협회 이사 △서울시 디자인컨설턴트 △서울특별시 ‘서울문화계획위원회’ 위원 △예술경영지원센터 예술경영 컨설턴트 △할리스커피 디자인 고문 △한국디자인학회 이사 △사단법인 에코맘코리아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