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장순원 기자
2020.08.13 05:56:00
[논란의 삼성생명법]②민주당, 보험업법 개정안 추진
삼성생명·화재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대량 처분해야
시장 처분 땐 대혼란..결국 삼성물산이 떠안을듯
[이데일리 김인경 장순원 기자] “매각 대상 삼성전자 주식만 23조원어치입니다. 코스피 시가총액 10위 수준의 기업 하나를 그냥 통째로 팔라는 압박과 다를 바 없습니다.”
재계와 금융권이 일명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최대인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와 직결돼 있을 뿐 아니라 수많은 삼성전자 주주, 또 삼성생명 보험계약자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와 영향을 점검하지 않으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더불어민주당의 박용진·이용우 의원이 발의한 보험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모두 삼성전자를 포함해 계열사 지분을 ‘시가’ 기준으로 총자산의 3%까지만 보유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들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만 약 34조원 규모다. 지난 3월 말 기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총자산이 각각 309조원, 86조원인 것을 고려하면 두 회사가 23조원 안팎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지난 20대 국회 때에도 같은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된 적이 있었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거대 여당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국회 통과는 어렵지 않다.
금융당국도 힘을 보태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보유 지분 가치를 계산하는 방식이) 원가가 맞느냐, 시가가 맞느냐 한다면, 시가로 계산해 위험성을 파악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삼성생명법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주식시장에서 내다 팔 경우 엄청난 충격이 올 수 있다. 매각 유보 기간을 최대 7년으로 잡아도 한 해 3조~4조원 규모의 주식을 쏟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 물량을 받아 줄 국내 기관은 사실상 없다.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중국계 자본이나 해외 사모펀드에 넘기는 것도 현실성이 없다. 외국인투자촉진법을 통해 해외 자본의 반도체 등 국가 안보와 관련된 기업의 지분 매입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리 주식시장에서 20조원 규모의 매물 폭탄은 한 번도 나온 적 없다”라며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시장에 내다 파는 건 현실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개정안이 통과되고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결국 삼성 계열사가 지분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연결고리이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오너 일가 → 삼성물산 → 삼성생명 → 삼성전자’로 이어져 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0.7%에 불과하다.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물산(17.48%) 지분을 지렛대로 삼성전자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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