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수미 기사회생에…`닭갈비 식사`로 김경수도 반전?

by남궁민관 기자
2020.07.19 10:14:39

정치자금법 위반 은수미·공직선거법 위반 이재명
대법 연이은 무죄에 댓글조작 김경수 이목 집중
정치권 '여권 봐주기' 논란 속 '닭갈비' 공방 치열
2심 재판부 변경 전 코너 몰렸지만, 반격 여지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은수미 성남시장에 이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경기지사까지 대법원이 잇따라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린 가운데 김경수 경남지사의 재판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사법부가 `여권 봐주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일면서 김 지사의 재판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박원순 시장의 빈소 조문 후 기자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드루킹` 김동원씨와 공모해 지난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포털사이트 댓글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지사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서울고법에서 항소심을 진행 중으로, 이른바 `닭갈비 식사`를 쟁점으로 치열한 법정 공방이 펼쳐지고 있는 와중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이 은 시장과 이 지사 등 여권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해 각각 9일과 16일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사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일제히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은 시장은 조직폭력 출신 사업가 이모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가 렌트비와 운전기사 임금을 지급하는 차량을 93회 이용해 정치자금을 불법으로 수수한 혐의로, 이 지사는 `친형 강제입원` 의혹과 관련 TV 토론회에서 관련 의혹에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는 식의 항변을 해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원심(2심)에서 각각 벌금 300만원의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았다.

다만 대법원은 은 시장에 대해 검찰의 항소 이유서의 문제를 지적했고, 이 지사에 대해서는 TV 토론회 발언의 맥락을 강조하며 일률적으로 법적책임을 부과해서는 안된다며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결정하며 ‘정치생명’이 끊길 처지 놓였던 두 사람은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배준영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은 시장에 대한 당선무효형 원심을 뒤집었던 대법원이 이번에도 이 지사의 손을 들어준 셈”이라며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는 것이 마땅하나, 이 지사 판결이 법과 법관의 양심에 근거한 객관적이고 냉철한 판단인지 여전히 의문”이라고 날을 세우고 나섰다.

현재 치열한 법정공방이 펼쳐지고 있는 또 다른 여권 지자체장 김 지사 등의 재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 자유한국당 대표 출신인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이 지사 대법원 선고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은수미 판결 때 내세운 괴이한 논리를 이번에도 또 펼치는 것을 보고 앞으로 김경수 판결, 조국 판결 때도 기상천외한 괴이한 논리가 또 등장 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사법부는 이제 베네수엘라 사법부로 가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법부를 향한 정치권의 잡음이 커지는 가운데 자연스레 김 지사 재판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는 모습이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차문호) 심리로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인 김 지사는 최근 ‘닭갈비 식사’를 두고 최근 검찰과 치열한 법정공방을 잇고 있다.

검찰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9일 드루킹과 그 일당인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경기도 파주 사무실 `산채`를 들러 댓글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을 직접 봤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김 지사 측은 구글 타임라인과 닭갈비 집 영수증을 증거로 그 시각에 저녁식사와 브리핑이 진행돼 시연을 볼 수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누가 유리하다고 할 수 없는 치열한 공방이 펼쳐지고 있지만, 사실 그간 전체 재판 흐름을 봤을 때 코너에 몰렸던 김 지사가 이같은 닭갈비 식사로 다소 반격의 여지를 만든 형국이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월30일 댓글조작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김 지사에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또 이같은 댓글조작을 대가로 드루킹에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해 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어진 항소심에서도 올해 초 법원 정기인사에 따라 재판부가 변경되기 전 재판장인 차문호 부장판사가 “잠정적이기는 하지만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봤다는 사실은 특검이 상당 부분 증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지사의 항소심 19차 공판은 20일 오후 2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