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의 軍界一學]문민통제 시대인데…국방차관 軍 서열 논란 여전
by김관용 기자
2019.05.19 10:03:1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청와대가 정부부처 차관급 인사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총선 출마 희망자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 출범 초부터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차관들이 대상입니다. 이른바 ‘장수 차관’ 중 한 명인 서주석 국방부 차관도 인사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서 차관은 문재인 정부 첫 국방장관인 송영무 전 장관 보다 앞서 제42대 국방차관에 발탁돼 먼저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서 차관은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 수석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 전략기획실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이같은 이력으로 그는 처음부터 문재인 정부 첫 국방차관으로 유력시 됐던 인물입니다.
역대 국방차관은 2명의 차관을 뒀던 10대와 11대를 포함해 총 44명입니다. 현(現) 서 차관과 6.25전쟁 이후 단 10일만 재직했던 강영훈 제4대 차관을 제외한 역대 42명의 차관 평균 임기는 21개월 정도입니다. 비(非) 군인 출신으로는 17번째 국방차관에 발탁된 서 차관은 지난 2017년 6월부터 23개월째 차관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후임 국방차관으로는 국방부 본부 문민화 기조에 따라 민간공무원의 내부 승진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여성 국방차관 발탁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 서주석 국방부 차관(오른쪽)이 지난 달 24일 해군작전사령부 군항에 정박 중인 군수지원함 ‘천지함’에서 여군들과 근무여건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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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방부는 타 부처와는 다르게 정부 조직과 군 조직의 이중적 지위를 갖습니다. 민간공무원과 현역 군인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이 때문에 타 중앙행정부처는 장관이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자연스럽게 차관이 그 직무를 대행하지만, 국방부에선 논란이 있습니다. 의전 서열과 직무 서열에 대한 불일치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법 체계에는 정부조직법과 국군조직법이 있는데, 국방부는 이 두가지 법률 모두를 따릅니다. 중앙행정부처임과 동시에 대통령의 국군통수권과 헌법상 군에 대한 문민통제의 원칙을 구현하는 군 최고지휘부이기 때문입니다.
국방부도 중앙행정부처의 하나로서 장관이 부재 중일 때는 그 직무를 차관이 대행하는 것이 법적으로 맞습니다. 그러나 장관 유고시 군인 중 서열 1위인 합참의장이 직무를 대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장관 유고시 국군조직법상 군 최고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은 군인이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방부 차관은 현역 대장과 중장 사이의 예우를 받습니다. 이 때문에 의전서열 역시 8명의 대장 다음입니다. 직무상 서열 2순위인 국방차관이 의전상은 이렇게 후순위인 이유는 국무총리 훈령 제157호 ‘군인에 대한 의전 예우 지침’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준장을 1급으로 예우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침에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소장은 준차관, 중장은 차관, 대장은 장관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군에 대한 문민통제 원칙을 고려하면 국방부 장관 유고시 국방부 차관이 직무를 대리하는게 더 타당해 보입니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치인이 군을 통제하고, 국방부 장관은 이 국군통수권자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군을 지휘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부 조직과 군 조직을 구분하고 있는 현 조직 체계에서 국방장관의 직무대리 문제는 군 지휘체계에 앞서 정부조직의 문제라는 얘기입니다. 군에 대한 문민통제를 수행하는 직위를 현역 군인에게 맡긴다는 것은 헌법 원칙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장관급 예우를 받는 합참의장이나 각 군 총장이 의전 서열상 한참 아래인 국방 차관의 지휘 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말 자체는 틀린 것입니다. 차관이 장관 직무대행을 하는 것은 차관이 아닌 장관의 자격으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고, 그에 대한 책임도 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차관 이하 국방부 민간공무원들 역시 장관의 임무 수행을 돕고 보좌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들 또한 군에 대한 권한을 가집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달 15일 청와대에서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식 후 접견실로 이동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원인철 공군참모총장, 문 대통령, 서욱 육군참모총장.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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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가서, 국방장관 유고시 차관의 직무대리 논란은 시급히 정리돼야 할 사안입니다. 단순히 의전이나 서열 문제가 아니라 유사시 군을 누가 지휘할 것이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논란을 근본적으로 없애려면 정부조직법과 직무대리규정의 관련 내용을 국군조직법에도 포함시키면 됩니다. 국방부장관이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으면, 부기관장인 차관이 장관의 모든 권한을 대행하며 그에 따른 책임도 진다는 내용을 국군조직법에 규정하는 것입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지휘 체계 상 서열과 예우기준의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 국군조직법을 개정해 차관의 권한을 명확히 하고, 합참의장 및 각 군 참모총장 등 대장급 장교를 장관급에서 차관급으로 조정해서 예우하는 방안을 제시한바 있습니다.
그러나 문민통제 원칙 등을 감안하면 굳이 그런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합니다. 국방차관의 의전 서열을 직무상 서열에 맞추다보면 다른 부처 차관과의 형평성 논란 등 여러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현재 국가의전서열에 따르면 국방부 장관이 22위이고 합참의장부터 육·해·공군참모총장, 육군지상작전사령관, 육군 제2작전사령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등 4성 장군들이 64~70위까지, 해병대사령관이 71위인데 차관 서열을 이들 수준으로 올린다는건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의전 서열이 직무상 서열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면 됩니다. 국방부 장관 부재시 국방부 차관이 국회에 대리 출석하는 것에 대해 군 내 서열을 거론하며 지적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병사 출신 차관이 어떻게 군을 지휘하느냐”는 인식은 군에 대한 문민통제 원칙을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