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영란법 시행 1년, 그대로 둘 것인가

by논설 위원
2017.09.13 06:00:00

부정청탁을 금지하는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도 어느덧 1년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서 우리 사회는 상당한 변화를 겪었고, 또 그만큼 깨끗해졌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민원인과의 관계에서 식사비는 물론 명절 선물이나 경조사비를 전달하는 부분에 있어서까지 제한을 둔 결과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접대를 줄이게 됨으로써 비용 낭비를 막을 수 있는 효과도 거두게 됐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가 않다. 접대 식사비에 제한을 두는 바람에 관공서 주변의 웬만한 식당들이 채산을 맞추기 어려워 줄줄이 문을 닫았으며 화훼 농가들도 판로가 끊어졌다며 아우성이다. 이번 추석을 앞두고도 선물을 조달하는 농축산 농가들은 불만 섞인 한숨이다. 김영란법이 과도하게 경제를 억누르고 있다는 얘기다. 잘못된 접대문화가 바뀌는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일시적 진통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충격이 너무 크다.

개인 생활에 있어서조차 법규 저촉 여부를 일일이 신경 써야 한다는 자체가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친척이나 동창들을 만나 지갑을 열 때도 마치 감시당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는 곤란하다. 법 시행 과정에서 지적된 문제들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개선이 이뤄졌고 단속도 한결 누그러진 분위기지만 아직도 기본 골격은 그대로다. 학생들이 담임교사에게 캔커피 하나 건넬 수 없는 게 지금 현실이다.



해외에서도 공연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형편이다. 애플이 어제 미국 본사에서 개최한 아이폰 신제품 공개 행사에 각국 언론사 기자들이 초청됐으나 한국 기자들은 빠진 것이 단적인 사례다. 애플은 지난 6월에도 ‘세계개발자회의(WWDC)’ 초청 대상에서 한국 기자들을 제외했다. 굳이 법규 위반 논란을 무릅쓰면서까지 기자들을 초청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뒷주머니로 은밀히 금품이 오가는 관계를 끊어 사회를 맑고 깨끗하게 만든다는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단속의 정도가 지나치다면 고치는 게 당연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김영란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단순히 표를 얻겠다고 내세운 게 아니라면 구체적인 방향과 대책을 제시해야만 한다. 김영란법은 국민권익위원회가 그대로 틀어쥐고 있으라고 만든 법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