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철근 기자
2016.07.19 06:30:00
내수침체 지속→명절특수 실종→소상공업계 존폐 기로
외식·식료품 소매업계 "현행 기준대비 2~3배 높여야"
[이데일리 박철근 유근일 박경훈 기자] “부정청탁 사례를 근절하려면 몰래 뇌물주는 것을 잡아야지 밥 먹는걸 잡는다고 문제가 해결되겠습니까.”
서울시청 인근에서 30년째 소고기집을 운영하는 이모(60·여)씨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에 대해 이같이 꼬집었다. 그는 이어 “한우만 취급하는데 3만원 이하 메뉴구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오는 9월 28일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중기·소상공인업계가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수차례 김영란법 개정을 요구했지만 국민권익위원회가 이달 초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에 입법예고 원안인 ‘3·5·10제(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상한제)’를 그대로 제출하면서 업계의 위기감은 증폭되고 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김영란법의 취지에 대해서는 소상공인 모두 충분히 공감을 하고 있다”면서도 “생업에 직격탄이 될수 있는 기준을 정작 소상공인들과는 충분한 논의없이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영업자들은 길어지는 내수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데 김영란법 시행으로 명절특수 등도 누리지 못할 것을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침체 속에서도 그나마 명절이나 결혼, 기업 인사철 등의 특수로 버티는 사례가 많다”며 “이대로라면 명절특수도 사라져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축산업계는 축산농가의 연매출 중 40%가량이 명절선물로 판매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병규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은 “화환·한우·조기·인삼과 같은 품목은 대부분이 명절 선물”이라며 “선물 상한선을 10만원 이상으로 조정해도 선물 수요의 대부분은 수입산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식업계와 육류·수산물을 취급하는 식료품 소매업종도 “공멸 위기에 몰려 있다” 며“ 김영란법의 상한선을 대폭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지난 4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식·일식업계는 식사 접대 허용 적정가액을 각각 8만3000원, 9만1000원이라고 답해 김영란법상 상한선보다 2~3배 이상 높게 희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김영란법은 물가반영도 안되고 현실감각도 없는 탁상공론”이라며 “법 취지만을 내세운 채 시행을 강행한다면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