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제주]島 농가주택도 2억원 '훌쩍'…작은 땅은 품귀

by박종오 기자
2015.11.19 06:00:30

495㎡ 농가 2억+리모델링 하는데 1억
3300㎡ 안 넘는 작은 땅, 눈 씻고 찾아봐도 없어
3.3㎡당 공사비 500만원
개발제한 묶인 땅 확인을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에 있는 한 부동산 중개업소 벽면에 매물 시세표가 빼곡하게 붙어 있다. [사진=박종오 기자]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도시를 벗어나 전원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마당과 텃밭이 딸린 집’

도시의 팍팍한 일상에 지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꿈꿀 법한 로망이다. ‘힐링 도시’ 제주도에서 이런 전원주택 마련의 꿈을 이루려고 하는 은퇴자와 30·40대 청년층 실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섣불리 발을 담갔다가 시간과 비용만 허비할 수도 있는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가장 손쉽게 접근하는 방법은 기존 농가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하는 것이다. 까다로운 토지·건축 규제를 피하면서도 주택 새 단장 후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문제는 만만찮은 가격이다. 현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제주도 내 대지 면적이 495㎡(150평) 안팎인 옛 가옥 매매 시세가 최근 2억원을 웃돌고 있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1억원을 밑도는 집이 많았지만, 요즘은 찾기 어렵다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슬레이트 지붕 철거, 증·개축비를 더하면 최고 3억원 가량의 비용이 들 수 있다.



직접 땅을 사서 집 짓는 방법도 있다. 좋은 토지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그러나 매물 상당수가 3300㎡(1000평)가 넘는 큰 땅인 데다, 제주도의 경우 토지 이용 제한이 많고 건축비도 비싸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예컨대 제주에서는 국토계획법 외에 별도의 ‘제주특별법’을 근거로 보전지역을 지정해 토지를 관리한다. 도시지역이 아닌 대부분 지역은 경관·생태계·지하수자원보전지구 등급에 따라 개발이 아예 불가능하거나 강화한 용적률·건폐율 규제를 받을 수 있다.

제주도 현지 부동산개발·컨설팅회사인 초아D&C 차경아 이사는 “상수도가 설치되지 않았거나 중산간의 경우 ‘임목도(숲을 이룬 나무의 밀도)’가 30%를 넘는 등 애초에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없는 땅들도 잘 걸러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원주택 분양업체인 해비치개발 송수남 대표는 “공사비도 3.3㎡당 500만원 정도로 육지보다 3.3㎡당 100만~150만원 정도 비싼 편”이라고 말했다.

아파트도 고려할 만한 대상이다. 바다가 지척인 휴양도시의 여유와 주거 편의성을 동시에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껑충 뛰어오른 가격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철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제주도 지부장은 “제주공항 근처 신제주 지역에 지은 지 3~4년 된 전용면적 85㎡ 아파트값이 4억원을 넘은 상황”이라며 “수요는 많은데 아파트 지을 곳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보니 3년 전부터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