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st SRE]SRE는 업황 나침반
by김도년 기자
2015.05.12 07:00:00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금융위기 이후 건설, 해운, 조선업종 순으로 악화하던 우리 산업은 올해 들어 건설, 해운업부터 개선 기미가 보이고 있다. 건설업의 빈자리엔 공급과잉,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정유업이 들어섰고 금융위기의 여진으로 철강업이 불황의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그동안 진행된 SRE의 위험산업 설문 결과를 횟수별로 나열하면 이런 해석이 나온다. 우리 산업의 위험을 정확하게 짚은 데다 때론 국내 신용평가사보다 더 빨리 신용 위험 경보를 보내고 있는데 대해 SRE 자문단은 물론 실무진도 놀라워할 정도다. 오랫동안 회사채 시장에 몸담아 온 전문가들이 진지하게 설문에 참여해 준 덕분이다.
SRE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 9회부터 ‘업황이 나빠진 산업’에 대한 설문을 시작했다.
첫 설문 당시 업황 악화 1위는 건설업(66.4%)이었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대규모 미분양 사태 등으로 우리 경제 최대의 뇌관으로 자리 잡은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다. 해운업(58.0%)도 금융위기 이후 물동량이 줄어 2위에 올랐고 3위는 조선업(40.3%)이었다. 경제위기로 교역이 감소하면 해운업이 먼저 위기를 맞고 해운사들이 선박을 사들이지 않게 되면 조선업이 그다음 타자가 되는 순서가 그대로 반영됐다.
늘 건설업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다 2011년 4월 14회 SRE에서 1위를 차지한 업종은 저축은행업(58.9%)이었다. 1월 삼화저축은행을 시작으로 2월 부산저축은행그룹이 무너졌다. 하반기에는 85개 전체 저축은행이 금융당국의 경영진단을 받았고 경영진단 이후 토마토, 제일, 프라임 등 대형 저축은행이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건설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갚지 못하게 된 탓이다.
신용카드업과 캐피탈업은 2011년을 전후로 종종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금융위기로 국민 개개인이 먹고살기 어려워진다면, 가계대출에서도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는 이유에서다.
철강업종이 본격적으로 SRE 위험산업에 등장한 것은 2012년 4월 15회 SRE였다. 국내 신평사들이 단 한 번도 산업 위험성을 언급한 적이 없었던 철강업이 위험산업 6위(11.3%)에 오르면서 SRE 자문단은 물론 시장 참여자 모두가 놀랐다. 금융위기의 여진이 건설, 해운, 조선 등 전방산업에서 후방산업인 철강업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주식시장 침체로 16회 SRE(2012년 10월)에선 증권업종이 6위(9.0%)로 순위권에 등극했고 2014년에는 건설업 못지않은 악화 업종에 거론되기도 했지만, 올해 21회 SRE에선 ‘반짝 호황’에 힘입어 업황 개선 업종에 등장했다.
최근 들어 큰 변화를 보인 업종은 정유업이다. 20회 SRE (2014년 10월)부터 내리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설비투자 비용 부담이 주요 원인이었다면, 올해에는 설비투자에 따른 과잉공급 우려와 중국의 점유율 잠식, 유가 하락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반가운 소식도 있다. 업황 악화 단골손님이었던 건설과 해운업이 앞으로 1년 동안 업황이 좋아질 것으로 보이는 업종에 꼽혔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21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s by Edaily)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21회 SRE는 2015년 5월1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문의: stock@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