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제일모직 환불자금 어디로 갔나

by권소현 기자
2014.12.27 09:10:00

은행권으로 유턴..단기 부동화
관망하며 다음 투자기회 노려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제일모직(028260) 청약에 몰렸던 그 많던 돈은 어디로 갔을까. 환불된 청약자금을 잡기 위해 증권업계가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은행권으로 돌아갔다는 분석이 높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만큼 은행권에서도 단기 부동자금으로 머물 가능성이 높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제일모직 공모청약 자금이 환불됐던 15일 머니마켓펀드(MMF)로 2조4700억원 유입됐고, 이튿날에도 2조6100억원 들어오는 등 나흘동안 총 6조9300억원 들어왔다. 하지만 그 이후 사흘동안 다시 빠져나가 5조8300억원 이탈했다. 이에 따라 한때 90조6600억원에 달했던 MMF 잔액은 84조8200억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도 15일 7조6500억원 들어왔지만 이튿날 4000억원 빠져나갔고,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15~16일 2조원 가까이 늘었다가 이후 22일까지 나흘동안 돈이 빠져나가면서 1조8200억원 가량 줄었다.

제일모직 공모청약에 30조원 가량이 몰렸다가 이중 29조원 가량이 환불되면서 증권사들은 이 자금을 잡기 위해 치열한 마케팅 전쟁을 벌였다. 기존 상품에 비해 수익률을 높이고 조건을 개선한 특판 파생결합증권을 내놓는가 하면 일선 지점에서는 주식 직접투자나 펀드 가입을 권유하기도 했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는 전언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17일부터 팔자에 나서 26일까지 1조2095억원, 1267억원씩 순매도했다. 국내 주식형 공모 펀드로는 환불일 이후 24일까지 총 2040억원 들어오는데 그쳤다. 공모자금 환불액의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제일모직 이후에도 줄줄이 공모청약이 이뤄지는 등 공모주 시장에는 여전히 기회가 많지만, 씨에스윈드처럼 상장 초기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가 나오면서 딱히 관심을 두는 분위기는 아니다.



이노정 한국투자증권 잠실지점장은 “삼성SDS 공모청약 때에도 청약 끝난 뒤에 은행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제일모직때 다시 투자하는 등 단기화된 부동자금들이 많이 움직였다”며 “증권사에서 ELS를 권유해도 워낙 종목형 ELS에 데인 투자자가 많아서 원금보장형에 가입하거나 그대로 단기자금으로 두는 경향이 높다”고 말했다.

일부는 은행권으로 다시 유턴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 실세총예금은 15일 2조8417억원, 16일 7938억원 각각 늘었다. 17일에는 1조1899억언원 빠졌지만 청약자금 환불 이후 전체적으로는 2조4000억원 가량 잔고가 늘었다.

이상무 삼성증권 여의도지점 차장은 “원래 주식투자나 증권사 투자상품에 가입했던 이들이라면 증권사 상품에 관심을 둘텐데 삼성SDS 상장으로 수익이 나는 것을 보고 은행 적금 해지하거나 대출을 받아 제일모직에 청약한 고객들도 상당했다”며 “다시 은행이나 저축은행에 넣거나 대출을 상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도 다시 단기 부동자금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재철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지점장은 “제일모직 청약했다 돌아온 고객도 은행의 특정 상품에 들기 보다는 조금 쉬었다가 시장 방향성을 보고 투자하자 하면서 관망하는 분위기”라며 “은행 계좌에서도 여전히 대기성 자금으로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