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제작부터 정비까지..항공기에 숨을 불어넣다

by김보경 기자
2013.04.28 12:10:46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부산테크센터 탐방
구조물 양산 급증· 올해 7300억 매출 목표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지난 26일 대한항공(003490) 부산테크센터의 ‘복합재 2공장’. 자동차공장과 비슷한 오토 무빙라인에서 직원들은 바쁜 손놀림으로 유럽 에어버스사에 납품하기 위한 항공기 구조물 ‘샤크렛’ 제작에 한창이었다. 샤크렛은 A320항공기의 날개 끝에 부착되는 ‘L’자 구조물로 공기 저항을 감소시켜 기존 대비 연료 효율은 3.5% 이상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0년 5월 초 국제 경쟁입찰에서 일본, 프랑스, 독일 등 전 세계 유수 항공기 제작사들을 제치고 A320 샤크렛 사업을 수주했으며, 올해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다. 현재 생산력은 월간 35대 정도. 오는 6월 이후는 50대까지 늘려 연간 600대 생산체계를 갖추게 된다.

부산 김해공항 옆에 자리잡은 대한항공 부산테크센터는 항공기 구조물 제작, 군용기와 민항기 정비와 성능 개량, 도장 공장 등이 있는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의 핵심시설이다. 여의도공원의 3배 정도되는 규모(21만평)로 66개 건물에서 2700여명의 인력이 땀을 흘려가며 항공기에 숨을 불어넣고 있다.

대한항공 엔지니어들이 A320 샤크렛 최종 조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대한항공 제공.
옆 공장에서는 에어버스사의 A350항공기의 화물용 출입문(카고 도어)을 제작하고 있다. 이건영 민항기제조공장 부장은 “화물용 도어는 운항 중 팽창과 수축을 거듭하는 동체에 장착돼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정밀 기술을 요구한다”며 “샤크렛과 도어를 납품하는 것은 대한항공의 항공기 제조 능력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민항기와 군용기 정비공장은 엔지니어들의 섬세한 정비를 받고 있는 항공기들이 만석이었다. 민항기 중정비 공장에서는 여객기에서 화물기로 개조되며 20년간 대한항공의 항공운송을 담당했던 항공기가 보잉사로 돌아가기 위해 정비를 받고 있었다. 민항기는 종류에 따라 18개월에서 길면 24개월 주기로 정비를 받는다.

군용기 정비공장에서 미국 공군 F-15 전투기 리와이어링(Rewiring)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대한항공 제공.
군용기 정비공장은 주한 미군의 각종 전투기와 헬기들이 뼈대를 앙상히 드러내고 있었다. 낯선 전투기 속 그나마 눈에 익은 F15 전투기가 눈에 띈다. 오는 6월 출고를 목표로 창정비를 받고 있는 중이다. 창정비는 기체를 모두 해체해서 문제가 있는 곳을 수리 점검하고 다시 조립하는 정밀정비다.



이영환 군용기공장 부장은 “군용기 정비공장에서는 주한미군과 우리군의 군용기들이 정비를 받고 있다”며 “주한미군기의 경우 일본, 싱가폴, 말레이시아, 필리핀, 호주 등 각국의 항공업체에서 정비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기 중정비 역시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의 주요사업이다. 1979년 사업을 시작한 이래로 현재까지 3500여대 군용기와 2400여대 민영기가 부산테크센터를 거쳐 갔다.

미 공군의 UH-60 블랙호크 헬리콥터가 창정비를 받고 있는 모습.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는 이러한 민항기 구조물 제작, 군용기나 민항기 정비 외에도 무인기 개발, 위성사업을 하고 있다. 또 보잉과 에어버스사를 비롯해 브라질 에브레어사 등 항공기 국제 공동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함명래 대한항공 전무는 “2001년과 2007년에 이어 올해도 지난 18일 보잉사의 최우수 사업파트너로 선정됐다”며 “2001년과 2007년에도 최우수 파트너로 선정되는 등 해외에서는 국제무대에서는 대한항공의 항공기 구조물 제작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우주사업본부는 올해 매출을 전년대비 17% 늘어난 7300억원을 잡고 있다. 대한항공 전체 매출 목표액 13조700억원의 5.6%에 해당한다. 특히 올해는 샤크렛과 같은 항공기 구조물을 본격적으로 생산하면서 민항기 구조물 제작사업 매출은 전년대비 37% 증가한 41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항공우주제조사업 전체 매출 중 민항기 구조물 제작 수출사업 비중은 48%였지만 올 매출 목표를 달성하면 56%로 늘어난다.

이 밖에도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무인기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작년 대형 전략급 무인탐색기 개발을 마쳤으며 현재 전술급 무인기 체계개발 사업과 무인전투기 핵심기술 개발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함 전무는 “수년간 준비 끝에 국내 최대 개발인력과 실적, 장비를 갖추고 있다”며 “정부의 무인항공기 정책에 맞춰 이 사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