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카드대출 엿새째 먹통..`도대체 무슨 일이?`

by이준기 기자
2011.04.17 10:33:59

농협, 카드대출 등 비일상적 거래 복구 장기화
허술한 인력관리등 `인재`..검찰 내부소행 무게
"당국, IT 및 보안 종합대책 마련해야" 목소리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농협의 입금·출금 등 대부분의 거래가 정상화됐으나 카드대출 등 비일상적 거래의 장애는 엿새째 이어지고 있다. 일상 업무 비중이 높은 거래에 우선 순위를 두고 복구 작업을 펼친데다 시스템 안정화 작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완전 정상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사태는 사실상 예고된 `인재`라는 게 금융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허술한 인력관리와 보안·정보기술(IT)에 대한 투자 및 관리 소홀, 제도 미비 등이 응축돼 나타난 결과물이란 것. 부랴부랴 뒤늦게 검사에 나선 금융감독당국이 금융권의 IT분야에 대한 종합관리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검찰은 농협 전산장애 사태와 관련, 내부 직원의 소행에 무게를 두고 사무실 CCTV와 휴대전화 통화내역 등을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도 오는 18일 공동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17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농협의 정보기술(IT) 직원들은 주말도 반납한 채 복구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농협 측은 전날(16일)밤 기준 입금·송금 등 대부분의 거래가 정상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터넷뱅킹을 통한 카드 결제 ▲저축성상품의 신규 거래 ▲카드대출 등 일부 거래는 여전히 정상 가동이 되지 않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고객들이 자주 이용하는 거래 순으로 우선순위를 두고 복구 작업을 펼치고 있어 어쩌다 한 번씩 일어나는 거래 부분은 복구가 늦어지고 있다"며 "시스템안정화 작업으로 완전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협 측이 정상화됐다고 밝힌 거래도 당분간 불안한 상황을 이어갈 전망이다. 수일에 걸쳐 업무가 중단되면서 일시에 거래량이 몰리자 서비스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농협 홈페이지 등에는 인터넷뱅킹 등 복구가 완료됐다고 회사측이 밝힌 거래가 여전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고객들의 항의가 올라오고 있다.   



농협 측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 고객들의 접속으로 서버에 과부하가 걸린 일시적 장애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농협 측이 집계한 이번 전산장애에 따른 공식적인 피해보상 요구는 900여건에 달한다. 아울러 고객 항의도 28만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은 불신이 극에 달한 고객 달래기에 나섰다. 오는 24일까지 인터넷 뱅킹, 텔레뱅킹, 모바일뱅킹, 스마트폰뱅킹 등 e뱅킹 수수료를 전액 면제키로 했다. 또 타행카드 거래 고객을 제외한 자동화기기(ATM) 출금 및 이체거래 수수료도 면제 대상이다.
 
그러나 농협 측의 전산장애로 인한 보상 약속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이 피해를 직접 입증해야 하는 경우는 법적다툼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사상 최악의 전산장애 사태가 협력업체 직원의 노트북 1개에서 촉발됐다는 점은 우리나라 금융권이 얼마나 허술하게 IT시스템을 관리하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농협은 지난 2004년부터 경영효율화 차원에서 IT업무의 상당부분을 협력업체 직원들에 의존해왔다.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났듯이 이들 직원은 얼마든지 반입과 반출이 가능한 노트북을 사용했다. 농협 측은 보안절차를 밟는다고 하지만 언제든 바이러스 등에 대한 노출에 열려있었다는 것.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준비해놓는 재해복구(DR) 서버도 망가져 제구실을 하지 못했다.

농협에 따르면 농협은 IT보안 분야에 지난 2009년에 71억5000만원을 투입했지만, 지난해에는 시스템 구축이 완료됐다는 이유로 23억5000만원을 삭감했다. 이렇게 비용을 줄이면서 하도급 협력업체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의 변화는 불가피했다.

이같은 상황은 비단 농협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금융지주사들은 전산망 관리를 IT 자회사에 맡기고 2, 3차 하도급을 통한 전산보안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주요 은행들의 IT담당 인력도 지난 2000년 4100여명에서 지난 2009년 3876명, 지난해 8월말 기준으로 3500명 등 감소하는 추세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도급 업체의 보안 수준 능력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라며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에 대한 원인 파악에도 중점을 둬야겠지만 시스템, 인력 관리 등을 총망라한 IT·보안 종합대책을 만드는 계기로 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